여성 15명 나체 불법촬영…전직 경찰관 징역 4년 실형

휴대 전화 포렌식 증거능력 공방…재판부 "방어권 침해 아냐"

부산고등·지방법원 ⓒ 뉴스1 윤일지 기자

(부산=뉴스1) 박서현 기자 = 여성들의 신체를 불법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부산지역 경찰관이 증거능력을 둘러싼 공방 끝에 실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3단독(박주영 부장판사)은 5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등 이용촬영)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30대·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 씨는 2024년 6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부산 한 파출소에서 근무하면서 여성 15명을 상대로 100차례에 걸쳐 나체 사진을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동료 직원이나 소개팅으로 피해자들을 만난 뒤, 잠든 사이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A 씨의 범행은 지난해 8월 7일 피해자의 신고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밝혀졌다. 이후 A 씨는 직위에서 해제됐다.

재판에서는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A 씨의 휴대 전화 포렌식 과정이 위법했다며 '위법수집증거'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A 씨 측은 "특정 피해자 관련 내용만 확인하는 것으로 알고 휴대전화를 제출했는데 다른 내용까지 탐색했다"며 "이를 알았다면 변호인을 선임해서 참여했을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또 "지난해 10월 경찰서에 출석했을 당시에도 단순히 서류에 서명만 하는 줄 알았는데 조사가 시작됐고 귀가도 제지당했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피고인에게 수사 과정 참여 기회는 충분히 보장됐고 탐색 과정에서 범죄와 관련된 전자정보가 발견돼 별도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며 반박했다. 그러면서 A 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상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며 "일부 절차상 하자가 있더라도 피고인의 권리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지 않았고 적법절차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을 조화롭게 실현하려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자신의 휴대 전화를 자발적으로 제출했으며 확보된 촬영물들은 모두 촬영 수법과 적용 법조가 동일하다"면서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의 성적 기호나 경향성이 발현된 결과로 볼 여지가 커 범행 경위와 동기 등을 입증하는 간접 또는 정황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며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A 씨가 약 12년간 경찰관으로 근무해 수사 과정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대부분 피해자가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으며 일부는 경찰관인 피고인으로 인해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은 일부 피해자에게 접근해 범행을 축소·은폐하려 하거나 심리적으로 압박했고, 법정에서도 수사 절차 위반 주장만 적극적으로 다투는 등 진지한 반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다수 피해자에게 평생 씻기 어려운 상처를 남겼고, 범죄 예방과 시민 보호라는 책무를 가진 현직 경찰관으로서 공권력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해 처벌을 면할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범죄 전력이 없는 점, 일부 피해자와 합의한 점, 피고인의 나이와 성행, 환경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wise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