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서 가혹행위 피해 도주 중 30대 추락사…대포통장 일당 집행유예

동행 조직원도 감금만 유죄…특수중감금치사는 무죄

부산고등·지방법원 전경 ⓒ 뉴스1 윤일지 기자

(부산=뉴스1) 박서현 기자 = 범죄조직에 대포통장을 전달하러 라오스에 갔다가 현지에서 감금된 뒤 도주 과정에서 추락해 숨진 30대 사건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5부(부장판사 김현순)는 20일 국외이송유인,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40대)와 특수중감금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B 씨(60대)에게 각각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 씨에게는 사회봉사 80시간도 명령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 씨는 2024년 7월 친구 C 씨를 라오스로 보내 대포통장 2개와 접근매체를 현지 대포통장 조직에 넘긴 혐의를 받았다.

A 씨는 당초 해당 조직에서 수수료를 받고 대포통장 명의자를 모집하는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던 중 다른 조직원으로부터 "수당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친구인 C 씨를 통해 대포통장과 접근매체를 현지로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A 씨가 범행을 위해 C 씨에게 항공권 등을 제공한 점을 국외이송유인에 해당한다고 봤다.

B 씨는 다른 조직원과 함께 라오스에 도착한 C 씨를 호텔로 데려가 여권을 빼앗고 도망가지 못하게 한 뒤 폭행과 협박 등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C 씨는 조직원들의 감시가 소홀해진 틈을 타 도주하던 중 추락사고로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A 씨에게 징역 8년, B 씨에게 징역 10년을 각각 구형했다.

A 씨 측은 재판에서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C 씨는 이미 범행 내용을 알고 있었고, 피고인이 유인한 것은 아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B 씨 측은 "가혹행위 전부에 가담한 것은 아니고, 피해자가 사망할 것이라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A 씨의 국외이송유인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증거에 의하면 A 씨가 C 씨에게 라오스로 가는 이유와 역할을 알려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B 씨에 대해서는 감금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증거를 보면 B 씨가 2024년 7월 30일 호텔 객실에 C 씨를 감금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C 씨에게 다중의 위력을 보였거나 가혹행위로 수술을 받게 할 정도의 상해를 입힌 사실, C 씨를 사망에 이르게 했거나 사망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다는 점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B 씨에 대해서는 감금죄만 유죄로 인정하고, 나머지 특수중감금치사 혐의 부분은 무죄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A 씨의 범행은 조세포탈과 도박, 정보통신금융사기 등 사회적 폐해가 큰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커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고 동종 전과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B 씨는 피해자가 도주하지 못하도록 감금한 책임이 무겁지만, 가담 기간이 비교적 길지 않고 피해자 사망 결과까지 책임을 묻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wise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