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 실형' 받은 건설사 대표…2심서 "위헌심판 결과 봐야"

재판부, 추가 심리 후 결정…유족 측 "중처법 취지 훼손" 반발

부산고등·지방법원 전경 ⓒ 뉴스1 윤일지 기자

(부산=뉴스1) 박서현 기자 =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부산 한 건설사 대표 측이 항소심에서 위헌법률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추가 심리를 진행한 뒤 향후 재판 방향을 결정하기로 했다.

부산지법 형사2-3부(김현희 부장판사)는 18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 건설사 대표 B 씨(30대)와 현장소장 C 씨(60대), 하청업체 D 사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 사건은 2023년 1월 15일 부산 중구 남포동 한 숙박시설 공사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약 15m 높이에서 벽돌 묶음이 떨어지면서 20대 작업자 1명이 숨지고 행인 2명이 다쳤다.

검찰은 B 씨 등이 산업재해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건설 현장 전반의 안전관리 미흡을 지적하며 B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C 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50만 원, D 사에는 벌금형을 선고했다. A 건설사에는 벌금 1억 2000만 원이 선고됐다.

1심 직후 검찰과 피고인 측은 모두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이날 A 건설사와 B 씨 측 변호인은 "중대재해처벌법 위헌 여부와 관련한 사건이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심리 중"이라며 "헌재의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어 "필요할 경우 항소심 재판부에도 별도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결국 위헌 결정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취지냐"고 묻자, 변호인은 "보석도 신청한 상태"라며 "부산지법에서 이미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인용된 사건도 있는 만큼 결과를 지켜봤으면 한다"고 답했다.

변호인은 유족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유족 측이 민사소송에서 14억 원을 청구했고 이 중 10억 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며 "회사가 수십억 원을 지급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C 씨와 D 사 측은 혐의를 인정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B 씨는 이날 별도로 진행된 보석 심문에서 "도주 우려나 증거인멸 가능성이 없다"며 석방을 요청했다. 검찰은 보석 기각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C 씨와 D 사에 대해서는 이날 변론을 종결하고, A 건설사와 B 씨 사건은 추가 자료 제출 등을 위해 다음 달 18일 한 차례 더 심리하기로 했다.

앞서 부산지법 형사4-3부는 지난해 3월 부산지역 첫 중대재해처벌법 기소 사건과 관련해 건설사 측이 신청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받아들였다. 당시 재판부는 원청이 하청업체 사고에 대해 형사 책임을 지는 구조와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 등을 문제 삼았다.

이날 재판을 지켜본 유족 측과 노동단체는 "중대재해처벌법 취지를 부정하면서 사실상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들은 "제대로 된 처벌이 있어야 중대재해를 막을 수 있는데 기업 측은 반성보다 법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한다"며 "사법부가 더 이상 위헌 논란으로 재판을 늦추지 말고 엄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wise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