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연루 혐의' 직위해제된 경찰관 무죄 이유가

재판부 "피고인에게 경찰 신분 밝힌 정황 등 고려했다"

부산고등·지방법원 깃발 ⓒ 뉴스1 윤일지 기자

(부산=뉴스1) 박서현 기자 =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송금받은 돈을 일본 엔화(JPY)와 상품권 등으로 바꿔 전달책에게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직위에서 해제된 부산 경찰관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6부(임성철 부장판사)는 15일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 씨(40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 씨는 2024년 6월 17일 성명불상 조직원이 사기로 빼돌린 2166만 원을 계좌로 송금받은 뒤 이를 현금으로 인출하거나 일본 엔화, 상품권으로 바꿔 전달책 B 씨에게 넘겨준 혐의를 받는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A 씨는 대출이 필요한 상황에서 "급전을 대출해 주겠다"는 문자를 받고 해당 연락처로 연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보이스피싱 조직은 계좌를 빌려주면 대출을 해 주겠다고 제안했고 A 씨는 이에 응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부산 영도경찰서 소속 경찰 공무원이었던 A 씨는 지난해 7월 이 사건에 연루된 사실이 확인된 뒤 직위에서 해제됐다.

지난 결심공판 당시 A 씨는 "당시 신용도가 낮아 대출이 어려운 상황이었고 은행원을 사칭한 조직원이 통장에 돈이 들어가면 신용도가 높아져 대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해 그대로 믿었다"며 "이후 범죄에 연루된 사실을 알고 피해자에게 피해 금액을 변제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또 A 씨는 조직원에게 대출 가능 여부를 문의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경찰이라는 사실을 밝히며 신분증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검찰은 "18년간 경찰로 근무한 피고인이 해당 범행이 보이스피싱인 줄 몰랐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A 씨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성명불상 조직원 사이의 문자 메시지와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을 보면 피고인의 주장에 부합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이 상대방에게 자신이 경찰관이라는 사실을 밝히며 신분증 사진까지 보낸 점, 은행 창구에서 직접 환전하는 등 자신의 신분 노출을 숨기려는 정황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경찰 공무원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퇴직할 수 있는데도 피고인이 그러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보이스피싱 전달책 역할을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이 부족해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wise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