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산불 1년]"송이는 포기…아카시아·감 농사 다시 시작했죠"
농삿일 좌절 딛고 천천히 재기…"세월이 약이라"
산청 사유시설 복구율 88%…공공시설 49% 복구
- 한송학 기자
(산청·하동 =뉴스1) 한송학 기자 = 경남 산청 산불이 발생한 지 1년이 된 가운데 피해 복구가 속도를 내고 있다.
화마에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주택을 새로 짓고 농사를 다시 시작했다.
불에 타 고사 위기에 처한 900년 된 은행나무는 새 가지가 돋아나면서 회복했다.
21일 산청군에 따르면 지난해 산불로 사유시설은 주택 25동과 농기계 83대 파손됐으며 농·산림작물은 278㏊, 꿀벌은 4197군이 피해를 보았다. 금액으로 사유시설 피해액만 733억원 정도다.
산불 발생 1년이 지난 현재 사유시설 복구율은 88%다. 전파된 주택 25동 중 8동은 신축했고, 6동은 건립 중이다. 2동은 복구가 완료됐으며 나머지 9동은 개인 사정으로 주택 복구를 하지 않는다.
공공시설 복구율은 49.4%다. 산사태, 농어촌도로, 하천 등 대규모 공사인 만큼 사유시설보다는 시간이 걸린다. 시급한 농어촌도로는 5개 사업은 준공이 완료됐고,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산림의 위험 목은 모두 제거됐다.
농업 현장에서의 시설 복구가 대부분 마무리되면서, 농사를 포기하려던 주민들도 생업으로 돌아가고 있다.
산불 피해가 가장 컸던 시천면 중태마을 김병욱 씨(66)도 처참한 산불 현장을 보고 농사일을 포기하려고 했다.
김 씨에 따르면 165주 감나무밭은 불에 탔고, 고사리·두릅 밭도 불이 쓸고 지나갔다. 12년 공들인 9000평 규모 밭의 아카시아는 숯덩이가 됐고, 7만평의 송이버섯 재배지는 완전히 타버렸다. 주택도 전소되면서 대피소에서 생활했다.
그는 회복 불가능한 상태의 농업 현장을 보고 당분간 손을 놓고 있었지만, 다시 마음을 잡아 최근 농사일을 다시 시작했다.
주택과 곶감 건조장은 새로 지었고, 아카시아는 다시 심어 주변의 풀베기 작업을 하고 있다. 검게 탄 감나무에서는 순이 올라오면 접을 붙여 다시 농사를 지을 계획이다.
김 씨는 "송이버섯은 회복하려면 30년이 넘어야 해 내 생에 다시 할 수 없어 포기했다. 아카시아는 양봉에 적합한 상태가 되려면 12년이 있어야 하고 감나무도 7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며 "하지만 다시 천천히 시작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망연자실했지만, 세월이 약이라 시간이 지나면서 재기하려는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산불로 전신에 피해를 본 900년 된 하동 옥종면 두양리 은행나무는 지난 5월 새잎이 돋아났다. 나무 안쪽은 숯처럼 변해 당시 산불의 흔적이 남아 있지만 나무 곳곳에서 새 가지들이 뻗어 나왔다. 높이 27m, 둘레 9.3m의 두양리 은행나무는 고려시대 강민첨(963~1021) 장군이 심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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