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산불 1년]"산에서 흙이 흘러 내려와"…산청 주민 불안감 여전
"얼마나 큰불이었는지 산에 풀이 안 난다…뒷산 무너질까 걱정"
외공마을·중태마을 화마 흔적 여전, 큰비 오면 "대피" 마을방송
- 한송학 기자
(산청=뉴스1) 한송학 기자 = 지리산 자락을 213시간 태운 경남 산청 산불이 발생한 지 1년이 됐다. 지난해 3월 21일 발생한 이 산불은 하동, 진주까지 영향을 미쳤고 피해 면적은 3397㏊, 축구장 4758개 규모에 이른다. 사망 4명, 부상 10명, 대피 인원 768명, 재산피해 총 2230억원 등 큰 피해를 남겼고 복구는 진행 중이다.
산청 산불 1년을 맞아 당시 산불 현장을 찾아가 봤다.
시천면 외공마을에서 만난 주민 정가메 씨(88·여)는 "산에서 흙이 풀풀 흘러내려 큰비 올 때는 불안하다"고 마을 뒤편 산을 가리키며 말했다.
정 씨는 "큰비가 올 때는 산에서 나무뿌리 등이 한꺼번에 밀려 내려와 산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젊은 사람은 다 나가고 나이 든 사람들만 마을에 산다"고 말했다.
함께 있던 김수야 씨(90)도 "얼마나 큰불이 지나갔으면 산에 풀이 안 난다. 땅에 힘이 없으니 흙이 날리고, 무너질까 겁난다"며 "얼마 전 비가 와 마을에서 방송해 다른 곳으로 대피했다"고 말했다.
외공마을은 지난해 산청 산불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 중 하나다. 당시 마을 주택들과 시설물들은 불에 탔고, 마을 뒷산의 나무들은 숯덩이가 됐다.
21일 오전 외공마을은 산불 발생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산불 상흔이 남아 있다. 마을 뒷산은 멀리서 봐도 검게 탄 흔적이 남아있고, 아직도 복구를 못한 주택과 시설물들은 공사가 진행 중이다.
마을 안으로 들어가 산과 가까워지자 검게 탄 나무들의 흔적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완전히 불에 탄 집들은 다시 지어져 신축 건물들이 들어섰다.
산청 산불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시천면 중태마을도 산불의 흔적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 마을은 주변 산 대부분이 산불 피해를 보았고 주택과 농업 시설물 등 파손이 가장 심각한 곳이다.
불에 타 사라진 집 자리엔 새로운 건물이 지어졌지만, 산림 피해 대부분은 복구가 되지 못했다. 주변 산들은 검게 탄 흔적들이 남아있고, 아랫부분부터 시커멓게 불탄 나무들은 꼭대기 부분의 잔가지만 일부 남겨 놓고 버티고 있다.
마을 곳곳에는 산불 조심 안내문과 비상소화장치가 설치됐다. 마을 도로를 지나가는 차들만 가끔 보일 뿐 주민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불에 타 사라진 건물의 공터, 사람이 없는 듯한 빈집, 농사를 짓지 않고 방치된 밭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산청 산불 이재민은 19세대 27명으로 이 중 3세대 4명은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미귀가 인원은 올해 하반기 신축 주택으로 귀가할 계획이다.
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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