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안경 김 서림'에 10m 추락…낙상 주의보
시야 차단 시 낙상 위험 2.5배↑…고령층에 치명적
- 임순택 기자
(부산=뉴스1) 임순택 기자 = 계속되는 한파 속에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면서, 안경 착용자들의 '김 서림' 현상이 단순한 불편을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안전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겨울 산행이나 계단 이용 시 시야가 순간적으로 차단되면 치명적인 낙상 사고를 유발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 7일, 주말을 맞아 강원도 원주 치악산을 찾았던 60대 남성 이 모씨는 하산 도중 아찔한 사고를 당했다. 영하 10도를 밑도는 혹한의 날씨에 마스크를 착용한 채 급경사 계단을 내려오던 중이었다.
가쁜 숨을 내쉴 때마다 마스크 틈새로 새어 나온 따뜻한 입김이 차가운 선글라스 렌즈에 닿아 순식간에 성에로 변했다. 시야가 흐려진 이 씨는 계단을 제대로 식별하지 못하고 발을 헛디뎠고, 그대로 10m 아래로 추락했다.
이 씨는 현장에서 응급조치를 받은 뒤 부산 온병원으로 이송됐다. 정밀 영상 진단 결과 손목뼈(요골) 골절이 확인되어 긴급 수술을 받았다. 이 씨는 "배낭이 완충 작용을 해줘 머리와 척추 부상은 피했지만, 안경 김 서림이 이렇게 큰 사고로 이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전문가들은 안경 착용자의 시야 불안정이 낙상 위험을 기하급수적으로 높인다고 경고한다. 18일 의료계 조사에 따르면 시야가 일시적으로 차단될 경우 낙상 위험은 평소보다 약 2.5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반사 신경과 근력이 떨어지는 고령층의 경우, 낙상 사고의 절반 가까이가 시각적 요인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겨울철에는 두꺼운 옷으로 인해 움직임이 둔한 데다 근육이 경직돼 있어, 넘어질 경우 고관절이나 척추, 손목 골절 등 장기 치료가 필요한 중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 같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김 서림을 원천 차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몇 가지 간단한 방법으로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우선 마스크 착용법을 개선해야 한다. 마스크 상단의 와이어를 콧등 굴곡에 맞춰 꾹 눌러 밀착시키고, 마스크 윗부분을 안쪽으로 약 1cm 정도 접어서 착용하면 입김이 위로 새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 안경 코받침이 마스크 위를 살짝 덮도록 착용하는 것도 렌즈 표면 온도와 입김의 접촉을 줄이는 방법이다.
렌즈 관리도 중요하다. 시중의 '김 서림 방지제'를 사용하거나, 중성세제를 푼 물에 렌즈를 헹군 뒤 닦아내면 렌즈 표면에 친수성 막이 형성돼 수증기가 맺히지 않고 얇게 퍼지게 된다.
무엇보다 보행 중 김이 서리면 즉시 멈추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억지로 걸음을 옮기다가는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벽이나 난간을 잡고 멈춰 서서 안경을 닦거나 시야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김윤준 부산 온병원 관절센터 원장은 "겨울철에는 추위로 인해 몸이 굳어 있어 작은 충격에도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다"며 "특히 안경을 쓰는 중장년층에게 김 서림 방지는 단순한 생활의 지혜가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필수 안전수칙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limst6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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