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분, 이게 정말 맞습니까?" 만덕~센텀 대심도 첫날 소통 원활

'지옥의 만덕터널' 옛말…40분 거리를 10분 만에 주파
시민들 "축지법 쓴 기분" "동·서부산 이웃 됐다" 환호

9일 부산 북구 만덕IC 일원에서 열린 '만덕~센텀 도시고속화도로' 개통식에서 박형준 부산시장, 전재수 의원, 김미애 의원, 박성훈 의원 등 참석자들이 개통식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만덕∼센텀 도시고속화도로는 북구 만덕동과 해운대구 재송동을 연결하는 총연장 9.62km의 왕복 4차로의 터널로, 국내 최초 전차량 통행이 가능한 대심도 지하도로다. 2026.2.9 ⓒ 뉴스1 윤일지 기자

(부산=뉴스1) 임순택 기자 = "내비게이션 도착 예정 시간이 12분으로 뜨는데, 이게 정말 맞습니까?"

10일 오전 8시 부산 북구 만덕동 대심도(만덕~센텀 도시고속화도로) 진입로 앞. 출근길 핸들을 잡은 직장인 강 모 씨(43·화명동)는 반신반의한 표정으로 액셀을 밟았다. 평소라면 만덕터널 입구부터 붉은 브레이크 등 행렬에 갇혀 한숨을 내쉬었을 시간이다. 하지만 이날 풍경은 달랐다.

지하 40m 깊이로 뚫린 왕복 4차로 도로는 거침이 없었다. 강 씨의 차량이 터널로 빨려 들어가듯 진입하자, 시원하게 뻗은 아스팔트 위로 LED 조명이 물결쳤다. 막힘없는 질주 끝에 해운대구 센텀시티 출구로 빠져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11분. 강 씨는 "차 안에서 마시려고 산 따뜻한 커피가 채 식기도 전에 회사 근처에 도착했다"며 "마치 축지법을 쓴 기분"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부산의 만성적인 교통 체증을 해소할 '만덕~센텀 대심도'가 10일 0시를 기해 전면 개통했다. 이날 첫 출근길 표정은 '쾌적함' 그 자체였다.

기자가 직접 오전 11시쯤 차량을 몰고 만덕 진입로에서 센텀 방향으로 주행해 보니, 평균 시속 70~80㎞를 유지하며 막힘 없이 달릴 수 있었다. 기존 만덕터널과 충렬대로를 이용할 때 평균 40분 이상, 비가 오거나 사고가 나면 1시간도 족히 걸리던 '지옥의 구간'이 사라진 것이다.

특히 터널 내부의 공기 질이나 조명도 합격점이었다. 대심도 특유의 폐쇄감을 줄이기 위해 설치된 밝은 조명과 쾌적한 환기 시스템 덕분에 운전자들은 편안하게 주행을 이어갔다.

개통 첫날, 대심도를 이용한 시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부산 교통 혁명이다", "빠르긴 빠르네"라는 인증 글이 쏟아졌다.

택시 기사 박 모 씨(58)는 "아침에 북구에서 손님을 태우고 해운대 벡스코까지 왔는데, 손님이 요금이 너무 적게 나왔다며 놀라더라"면서 "길 하나 뚫렸을 뿐인데 부산의 지도가 바뀐 느낌"이라고 전했다.

해운대구 재송동에 거주하며 강서구로 출근하는 워킹맘 최 모 씨(37)는 "그동안 출퇴근 길에 버리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 이사를 고민했었는데, 대심도 덕분에 삶의 질이 달라질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출근 시간대마다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했던 기존 만덕대로와 충렬대로의 통행량도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이었다. 교통 분산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난 셈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개통 초기라 무료 시범 운영(18일까지) 중임에도 통행량이 원활하다"며 "동·서부산권의 균형 발전은 물론 물류비용 절감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지하 40m 대심도 터널인 만큼 화재 등 비상 상황에 대한 시민들의 막연한 불안감 해소와 향후 유료화 전환 시 통행료 부담 등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통행요금은 소형차를 기준으로 첨두시간(오전 7시∼정오·오후 4∼9시)에는 2500원, 그 외는 1600원, 심야(자정∼오전 5시)는 1100원이다.

오랜 기간 공사 가림막에 가려져 있던 부산의 동과 서가 마침내 하나로 이어졌다. 10일, 부산 시민들은 꽉 막힌 도로가 아닌 시원하게 뚫린 지하길을 달리며 새로운 도시의 속도를 체감했다.

limst6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