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장애인 소방시설 안전 '빨간불'…위법·부당사항 88건 적발

피난구 유도등 없고 스프링클러 헤드 누락

부산시청 전경 ⓒ News1 윤일지 기자

(부산=뉴스1) 임순택 기자 = 화재 등 재난 발생시 자력 대피가 어려운 장애인들이 거주하는 부산 지역 시설들의 안전 관리 실태가 여전히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구에 지문 인식형 잠금장치를 설치해 신속한 대피를 막거나 가연성 소재로 불법 증축을 하는 등의 '안전 불감증'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부산시 감사위원회는 작년 9~11월 관내 장애인 거주시설 63곳(거주시설 17곳·공동생활가정 42곳, 단기보호시설 4곳)을 대상으로 안전 감찰을 실시한 결과, 총 38개 시설에서 88건의 위법·부당 사항을 적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감찰은 화재시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소방 분야를 비롯해 시설, 전기, 가스 등 안전 관리 전반에 대해 이뤄졌다.

시 감사위에 따르면 가장 많은 지적을 받은 분야는 소방 안전이다. 전체 적발 건수 중 절반에 가까운 41건이 소방 관련 위반 사항이었다.

금정구 A 시설은 피난 계단으로 통하는 방화문에 지문 인식형 잠금장치를 임의 설치해 화재 시 즉각적인 대피가 불가능했다. 건축법 등에 따르면 피난구는 열쇠를 사용하지 않고도 쉽게 열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

또 피난구 유도등이 점등되지 않거나 설치되지 않은 사례, 비상 조명등이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다수 확인됐다. 일부 시설은 방화문이 훼손돼 닫히지 않거나, 스프링클러 헤드가 살수 반경에 미치지 못했다.

시설물을 무단 증축하거나 개조해 화재 위험을 키운 사례(22건)도 적발됐다.

사하구 B 시설 등은 관할 구청 허가나 신고 없이 무단으로 창고와 비가림막(캐노피) 등을 증축해 사용해 왔다. 특히 이들 불법 건축물 대부분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이나 가연성 천막 등을 사용해 화재시 불쏘시개 역할을 할 우려가 컸다.

이 밖에도 시설 배상책임보험이나 가스 사고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거나 보상 한도액이 기준에 미달하는 등의 사례도 지적됐다.

전기·가스 안전 분야에서도 25건의 위반 사항이 나왔다. 연제구 C 시설 등은 옥내 배선 피복이 손상된 채 전선이 노출되어 있어 감전 및 누전 사고 위험이 컸으며, 사용하지 않는 전선을 방치한 곳도 있었다.

가스 시설의 경우 배관이 심하게 부식돼 가스 누출 우려가 있거나 가스보일러 연통의 마감 처리가 불량한 사례 등이 적발됐다.

시 감사위는 이번에 적발된 사항 중 46건에 대해서는 관할 구·군에 시정명령 등 행정 조치를 요구하고, 경미한 42건에 대해서는 현지에서 즉시 시정하도록 조치했다고 전했다.

감사위 관계자는 "장애인 거주시설은 재난 발생시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큰 곳"이라며 "앞으로도 사회적 약자가 이용하는 시설에 대해 지속적이고 꼼꼼한 안전 감찰을 실시해 안전 사각지대를 해소해 가겠다"고 밝혔다.

limst6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