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하천 만든다더니…" 부산 동천서 또 물고기 수만 마리 폐사

환경단체, '해수도수관 공사 따른 환경 변화' 원인 지목

숨쉬는 동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부산=뉴스1) 임순택 기자 = "수질 살린다고 쏟아부은 돈이 얼마인데, 공사만 하면 물고기가 죽어 나갑니까."

부산 도심을 가로지르는 동천에서 또다시 대규모 어류 집단 폐사가 발생했다. 수질 개선을 위한 각종 공사가 오히려 생태계를 위협하는 '역설'이 10년째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일 지역 환경단체와 주민들에 따르면 최근 동천 하류 개복 구간에서 수만 마리의 정어리 떼가 폐사한 채 발견됐다. 하얗게 배를 드러낸 물고기 사체가 하천을 뒤덮으면서 산책 나온 시민들은 악취와 충격에 휩싸였다.

이번 폐사 원인은 해수도수관 유지보수 공사로 지목된다는 게 환경단체 측 설명이다. 공사를 위해 가물막이를 설치하고 물을 빼는 과정에서 급격한 환경 변화를 견디지 못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했다는 것이다.

동천은 상류와 중류가 복개돼 있고, 하류만 바다와 만나는 기수지역(감조구간)이라 환경적으로 취약하지만, 당국은 이런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공사를 강행해 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동천의 '잔혹사'는 2015년 광무교 인근 하수관거 월류로 인한 폐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8년에는 생태하천 복원 공사를 한다며 물을 빼다 숭어 수천 마리가 불과 20분 만에 몰살당했다. 이후에도 △2020년 해수도수관 가동 중단 △2021~2022년 고수온 및 오니(슬러지) 부패 △2023년 관로 파손 등 매년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현재 부산시는 동천 수질 개선을 위해 하루 25만 톤의 해수를 끌어다 방류하고 있다. 이 덕분에 어류 개체 수는 늘었지만, 정작 이들을 보호할 안전장치는 전무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질 개선이라는 명분 아래 진행되는 잦은 공사가 오히려 서식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용희 숨쉬는 동천 대표는 "동천은 태생적으로 구조가 취약한 하천이기 때문에 단순한 토목 공사식 접근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공사 편의가 아닌 생태계 보존을 최우선으로 하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관리 방안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시민들 또한 "매번 사고가 터질 때마다 '재발 방지'를 외치지만 달라지는 건 없다"며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limst6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