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층 랜드마크 꿈 접고…해운대 센텀 '노른자위' 결국 오피스텔 촌으로

부산 해운대구 우동 1522번지.(네이버 지도 갈무리.)
부산 해운대구 우동 1522번지.(네이버 지도 갈무리.)

(부산=뉴스1) 임순택 기자 = 부산 센텀시티의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 땅이자 '108층 랜드마크' 건립이 추진됐던 옛 솔로몬타워 부지가 결국 지역 유력 건설사 오너 일가의 오피스텔 개발 사업으로 전락하게 됐다.

공공성을 담보로 시작된 센텀시티의 핵심 부지가 기업의 개발 이익 추구와 부산시의 안일한 행정 속에 '고급 베드타운'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산시는 전날 건축전문위원회를 열고 신세기건설이 신청한 'SKY.V 센텀 복합시설 신축공사' 안건을 조건부 의결했다.

사업 시행사인 신세기건설은 부산 대표 중견 건설사인 동원개발 장복만 회장의 3남, 장창익 대표가 이끄는 회사다. 가족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설립 25년 만에 총자산 2130억 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신세기건설은 지난 2014년, 공매에서 유찰을 거듭하던 해당 부지를 우리저축은행으로부터 1300억 원에 인수했다. 이후 2019년부터 최고 74층 규모의 생활형 숙박시설(레지던스, 사업명 '센텀더게이트')을 추진해 왔으나, 최근 정부가 생활형 숙박시설의 주거 사용 규제를 강화하자 이번 심의에서 오피스텔로 슬그머니 용도를 변경했다.

끊이지 않는 특혜 시비 문제는 이 땅의 태생적 목적이다. 당초 이곳은 2005년 솔로몬그룹이 '108층 랜드마크 빌딩을 짓겠다'는 전제로 매입한 곳이다. 원래 주상복합 등 주거시설이 들어설 수 없는 '산업단지 지원시설용지'였지만, 당시 부산시는 '100층 이상 초고층 복합건물에 한해 연면적 40% 이하로 주거시설을 허용한다'는 단서 조항을 만들어 길을 터줬다. 이 과정에서 지구단위계획이 십여 차례나 변경되며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솔로몬그룹의 도산으로 땅을 인수한 동원개발 측은 이 '단서 조항'을 방패 삼아 아파트 건립을 타진하다 여의치 않자 레지던스 카드를 꺼냈고, 결국 오피스텔로 방향을 틀었다.

2009년 변경된 지구단위계획에 따르면 100층 이상을 짓지 않아도 최저 90m 이상이면 오피스텔 등 업무시설 건립은 가능하다. 그러나 전임 시장 재임 시절에는 '센텀시티 랜드마크'라는 상징성과 공공성을 고려해 숙박시설 포함 등 엄격한 잣대가 적용돼 왔다.

하지만 지역 관가와 시민사회에서는 동원개발이 사전협상제를 앞세운 박형준 시장 체제의 '규제 완화' 기류에 편승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부산시가 해운대 한진CY부지, 기장군 한국유리부지, 사하구 다대 한진중공업(현 HJ중공업) 부지 등에 잇달아 초고층 아파트 건립을 허가하며 '아파트 개발 중심의 난개발'이란 비판을 받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부산의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오피스텔이 사실상 주거용으로 쓰이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공공 개발로 시작된 센텀시티의 노른자 땅이 공익은 온데간데없고 개발 이익에 눈먼 업체의 배만 불리는 꼴이 되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limst6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