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군-군의회 갈등 장기화에 올해 예산 '칼질'…군정 흔들리나

군의회, 당초 예산안 6723억 중 301억 삭감…유례 없는 규모
고령자 복지주택·공설시장 재개발 등 주요 사업 '차질' 우려

하동군청 전경.(하동군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하동=뉴스1) 강미영 기자 = 경남 하동군과 군의회 간 갈등 장기화로 2026년도 당초 예산안이 대규모 삭감되면서 주요 군정 사업 추진에 차질이 생길 거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 군과 군의회 등에 따르면 군의회는 집행부가 제출한 6723억 원 규모의 2026년도 당초 예산안 가운데 301억 원을 삭감하기로 의결했다. 이는 전체 예산의 4%가 넘는 규모로, 군 예산 편성 이래 최초의 대규모 삭감이다.

군은 다수 사업이 구체적인 사유 설명이나 충분한 소통 없이 삭감되면서 '핵심 사업 전반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군의회는 각 사업 필요성과 기대 효과, 구체적인 추진 계획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다'면서 삭감의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군과 군의회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군은 작년엔 의료취약지인 지역 여건을 고려해 필수 의료 공급을 위한 보건의료원 건립을 추진했지만, 군의회가 재정 적자 우려와 의료진 수급 등 미흡한 운영 계획을 이유로 사제동을 걸었다. 당시 군의회 예결위는 보건의료원 실시 설계비를 전액 삭감했고, 이에 하승철 군수가 1인 시위에 나서는 등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았다.

양측 대립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예산 심의 절차를 놓고 부딪혔다. 군의회는 지난달 3일 2026년도 당초 예산안 심의를 위한 예결위 제2차 회의를 열 예정이었으나 같은 날 집행부 관계 공무원들이 보건의료원 기공식에 참여하면서 심의가 파행된 것이다. 군의회는 '집행부가 의회의 의결 권한을 무시했다'며 유감을 표했고, 군은 '기공식 일정에 대해 사전 협의를 거쳤지만, 의회가 조율에 응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하동참여자치연대는 집행부 관계 공무원들의 불출석은 명백한 법 위반 행위라며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하동군의회 본회의.(하동군의회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이처럼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규모 예산 삭감까지 현실화하면서 삭감 대상 사업은 물론 향후 군과 군의회 간 협력이 필요한 사업 전반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예산이 가장 큰 폭으로 삭감된 사업은 고령자 주거·복지 개선을 위한 '하동 고령자 복지주택 신축 사업'으로 군비 부담분 53억 원 이 전액 삭감됐다. 이 사업은 2022년 10월 국토교통부 공모사업 신청 후 작년 11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기본 협약을 체결하면서 추진됐다. 총사업비 260억 원의 이 사업에선 복지주택 50세대와 사회복지시설을 조성하며, 올해 착공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이 사업 군비 부담분이 전액 삭감되면서 LH에 대한 위약금과 행정·설계 비용 지급 문제까지 불거져 '사업 자체가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하동공설시장 재개발 사업 관련한 '점포 영업보상비' 30억 원도 삭감되면서 논란이 이어졌다. 하동공설시장은 점포 소유권을 둘러싸고 군과 하동시장번영회가 수년간 법적 분쟁을 이어오다 2021년 군이 점포 소유권을 확보하면서 갈등이 일단락됐다.

그러나 점포 임대 기간이 이달 31일까지인 상황에서 재개발 사업이 중단될 경우 상인 피해는, 물론 어렵게 봉합된 사회적 갈등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외에도 관광 분야 예산 역시 당초 178억 원 중 약 20%에 해당하는 36억 원이 삭감됐고, 군 대표 농촌복지 정책인 마을공동식당 지원사업도 당초 10억 원에서 5억 원만 반영됐다. 암초에 걸린 두우레저단지 개발사업 조기 정상화를 위한 용역 예산 3억 원도 삭감됐다.

군 관계자는 "지방재정법이 허용한 범위 내에서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통해 주요 사업 추진에 차질이 없게 하겠다"면서 "군의회와 지속 소통해 합리적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myk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