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5일만에 학대로 의식 잃은 '아영이'…신생아실은 '지옥'이었다

[사건의 재구성] 아기 던지고 바닥에 떨어뜨리고…법원 "반인륜적 행위"
간호사 징역 6년·병원 9억원 배상…'아영이'는 새 생명 선물하고 하늘로

고(故) 정아영 양.(한국장기기증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스1) 장광일 기자 = 2019년 10월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누리집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

한 기사 내용에서 언급된 피해 신생아의 아빠라고 밝힌 작성자는 "산부인과 신생아실에 있던 저희 아기가 두개골 골절, 이로 인한 뇌출혈과 뇌세포 손상으로 대학병원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부인과 간호사는 인지 못했다고 하지만 비의료인인 저희 부부가 봐도 아이의 한 쪽 머리는 부어 있었다"며 "빠른 대처가 있었다면 지금 저희 아기는 어쩌면 가족 품에서 함께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아이는 어떤 일을 겪었던 걸까.

글이 올라오기 9일 전. 부산 한 산부인과에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났다.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난 '아영이'는 아무런 문제 없이 신생아실에 입원해 있다 곧 퇴원할 예정이었다.

퇴원까지 반나절 정도 남았던 같은 달 20일 밤. 갑자기 아영이에게서 피부색이 변하고 심장박동수가 낮아지는 등 이상 증세가 확인됐다.

산부인과 측은 생각보다 아영이의 상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했다. 대학병원에 도착한 아영이는 스스로 호흡을 할 수 없게 됐다.

그리고 대학병원은 아영이에 대해 저산소성 허혈뇌병증, 폐쇄성 두개원개의 골절이라는 '상해' 진단을 내린다.

아영이의 부모는 즉시 산부인과에 폐쇄회로(CC)TV 영상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들이 받은 자료 중엔 아이가 다친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대 영상이 없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부모는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수사 결과 산부인과 간호사 A 씨(30대)가 아영이를 포함한 신생아실의 아이 총 14명을 아기바구니에 집어던지고, 다리를 거꾸로 들어 올리는 등 학대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즉시 A 씨에 대한 구속 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확실한 증거가 없다"며 기각했다. 불구속으로 수사가 이어졌던 만큼 A 씨가 재판에 넘겨지기까지 약 1년 2개월이 소요됐다.

또 A 씨가 "아영이의 증상이 제왕절개 과정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자신과 근무를 교대한 다른 간호조무사로 인해 골절상 등이 나타났을 수 있다"고 혐의를 부인함에 따라 1심 재판도 1년 7개월 정도 걸렸다.

오랜 심리 끝에 부산지법 형사6부(김태업 부장판사)는 아동학대범죄의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법정에 증인으로 선 전문가 등 의견을 통해 아영이 머리 부분에 나타난 골절 등 상해는 외상에 의한 충격으로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A 씨는 간호사로서 신생아들을 안전하게 보살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신생아를 한손에 든 채 바닥에 떨어뜨리는 반인륜적인 행위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 아이의 가족들에게 용서받지 못했고, 본인이 정말로 반성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판시했다.

A 씨는 1심과 같은 주장을 펼치며 상소했고, 검찰은 형이 가볍다며 상소했지만 부산고법 형사1부(박종훈 부장판사)와 대법원 3부(주심 이홍구 대법관) 모두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아영이의 부모는 A 씨와 산부인과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부산지법 민사9부(신형철 부장판사)는 "A 씨는 불법행위의 행위자, 병원은 A 씨 사용자로서 불법행위로 인해 망인과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손해배상과 위자료 명목으로 9억4300만여 원을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한편 아영이는 끝내 의식을 찾지 못했고 2023년 6월 뇌사장기기증으로 4명의 아이에게 새 생명을 선물한 뒤 하늘나라로 떠났다.

ilryo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