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지 연상"…부산 이기대 옛돌스트리트 주민 반발에 석물 이전

남구 이기대 해안산책로 일원.(부산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남구 이기대 해안산책로 일원.(부산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부산=뉴스1) 임순택 기자 = 부산시가 이기대 예술공원의 랜드마크로 야심 차게 추진하던 '옛돌스트리트'가 조성 초기부터 암초를 만났다.

전시된 석조 유물들이 묘지와 관련된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인근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결국 시는 설치했던 석상 절반 이상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25일 부산시와 남구청 등에 따르면, 시는 최근 이기대 예술공원 초입에 조성 중인 옛돌스트리트의 전시 석물 65점 가운데 40점을 부산박물관으로 긴급 이송했다.

옛돌스트리트는 옛돌문화재단이 일본에서 환수한 석조 유물 65점을 기부받아 조성하는 거리로, 이기대 예술공원의 관문 역할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업은 시작 단계부터 인근 3000여 세대 아파트 주민들의 강한 저항에 직면했다. 문제가 된 것은 전시된 석물의 성격이었다. 전체 65점 중 40점에 달하는 '문인석'과 '장명등'이 전통적으로 사대부 묘지 앞에 세워지던 조형물이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산책로 입구이자 주거지 바로 앞에 무덤을 지키는 석상을 늘어놓아 으스스한 공동묘지 분위기를 조성한다"며 철거를 강력히 요구했다.

부산시는 "우리 조상의 얼이 담긴 예술품으로 봐달라"며 설득에 나섰으나, 주민들의 거부감을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부산시는 묘지 관련 석물 40점을 철수시키는 쪽으로 한발 물러섰다. 현재 현장에는 묘지와 직접적인 관련이 적은 '장승'이나 '관솔대' 등 25점만 남겨진 상태다.

하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일부 주민들은 남아있는 석조물에 대해서도 전면 철거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할 지자체인 부산 남구 관계자는 "남아있는 석물에 대해서도 주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있다"며 "주민 불편이 지속될 경우 부산시와 추가 협의를 통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limst6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