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크로 돌려 근무시간 조작…수당 빼돌린 부산시 공무원들 선고유예
- 임순택 기자
(부산=뉴스1) 임순택 기자 = 사무실 컴퓨터에 일명 '매크로(자동 입력 반복)' 프로그램을 몰래 설치하거나, 퇴근 후 개인 용무를 본 뒤 사무실로 돌아와 근무 시간을 허위로 입력하는 방식으로 수백만 원의 초과근무 수당을 챙긴 부산시청 공무원들이 법원으로부터 선처를 받았다.
법원은 이들의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단하면서도, 징계와 가산금 납부 등 사후 조치를 고려해 기회를 주기로 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17단독 목명균 부장판사는 공전자기록등위작,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부산시청 소속 공무원 40대 A 씨와 B 씨에게 각각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선고유예란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만 정상을 참작해 형의 선고를 미루는 제도다.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면소된 것으로 간주해 사실상 처벌을 면하게 해주는 판결이다.
A 씨와 B 씨는 2022년 한 해 동안 수십에서 수백 회에 걸쳐 초과근무 시간을 조작해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 씨는 2022년 2월부터 8월까지 약 6개월간 50회에 걸쳐 실제 근무하지 않았음에도 근무한 것처럼 꾸며 약 120시간의 초과근무 기록을 허위로 입력했다. 이를 통해 A 씨가 챙긴 부당 수당은 145만 원에 달했다.
B 씨의 범행 규모는 더 컸다. 같은 해 2월부터 11월까지 무려 119회에 걸쳐 초과근무 시간을 조작했다. 허위로 입력된 시간은 약 394시간에 이르며, B 씨는 이를 근거로 439만 원 상당의 수당을 부정 수령했다.
조사 결과, 이들의 범행 수법은 대담하고 치밀했다. 이들은 초과근무 시간을 자동으로 입력해 주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업무용 컴퓨터에 설치해 '행정포털시스템'의 감시망을 피했다.
심지어 부산시가 퇴근 시간 입력 방식을 변경해 매크로 사용이 불가능해지자, 이들은 퇴근 후 외부에서 사적인 일을 보거나 식사를 한 뒤 늦은 밤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근무 시간을 입력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명백한 고의성을 가진 조직적 도덕적 해이로 지적받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은 공무원으로서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지능적인 수법으로 공전자기록을 위작하고 예산을 편취했다"며 "범행의 경위와 수법, 반복된 횟수와 기간 등을 고려할 때 그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꾸짖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들이 이미 내부 징계와 금전적 불이익을 받은 점을 참작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잘못을 뉘우치고 있으며, 부정 수령액 원금은 물론 그 5배에 달하는 가산 징수금을 모두 납부해 국고 손실을 보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사람 모두 형사 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이번 사건으로 인해 소속 기관으로부터 정직 3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이미 받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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