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소아 환자 거절' 비극…"소아과 전문의 부족에 배후 진료 불가"
- 장광일 기자

(부산=뉴스1) 장광일 기자 = #지난 16일 부산 사하구 한 소아과병원에서 치료받던 A 양(10)이 의식저하와 호흡곤란 증세를 보인다는 119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구급대원들은 대학병원 등 12곳에 문의를 했으나 '소아 병상 부족'을 이유로 전원을 거절당했다. 1시간 넘게 길에서 헤맨 끝에 구급대원들은 한 종합병원에 A 양을 이송했다. 그러나 A 양은 스스로 호흡이 불가능해져 다시 다른 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10월 20일 부산 동래구 한 고등학교에서 고등학생 B 군이 투신해 경련을 일으키고 있다 출근 중인 교사에게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들은 '소아 진료 불가'를 이유로 14곳 병원에서 환자 이송을 거부당했다. 15번째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B 군은 끝내 숨졌다.
부산에서 소아 환자의 응급실 인계 거절이 잇달아 발생한 가운데 소아과 전문의 부족으로 인한 배후 진료 불가능이 대표적인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2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0월 사건의 경우 '소아신경과', 최근 사건의 경우 '소아외과' 전문의가 필요했다.
병원이 구급대원에게 환자를 넘겨받을 땐 먼저 환자의 상황을 듣고 판단을 시작한다. 상황에 맞는 진료를 할 수 있는 의료진이 있는지, 병상이 있는지 등 조건이 맞다면 환자를 인계받은 뒤 치료를 시작한다.
소아과도 다른 일반 진료과목처럼 소아신경과, 소아외과, 소아혈액종양과 등 세부적으로 과목이 나눠진다. 그러나 최근 구급대원의 병원 인계 요청 2건을 모두 환자를 거절했던 병원엔 소아신경과와 소아외과 전문의가 모두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지역에선 세부 전공자는 물론이고 소아과 전문의 자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에 따르면 부산지역 대학병원들의 소아과 전문의는 지난 6월 기준 고신대병원 6명, 동아대병원 6명, 부산대병원 12명, 부산백병원 8명, 해운대백병원 18명이다. 그러나 이 숫자는 연수를 가거나 개인 일정 등으로 실제로 근무를 하지 않는 의료진이 포함된 것이다.
또 부산지역 전체에서 소아과 전문의가 24시간 상주하고 있는 곳은 해운대백병원이 유일한 곳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곳 병원도 24시간 소아과 모든 환자에 대한 진료는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각 병원마다 소아과라는 진료 분야 중에서도 주축으로 삼는 분야가 있고, 그를 중심으로 모집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역 병원의 경우 애초에 소아과 의료진을 모집해도 지원자가 없으니까, 아예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성한 건강사회복지연대 사무처장은 "소아과도 과목이 세분화돼 있고, 과목에 맞지 않은 의사가 진료를 볼 경우 법적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병원도 환자를 무작정 받기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최근 장폐색소아 환자를 진료한 소아과 의사가 장 전문 의료진이 아니라는 이유로 환자에 1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고 했다.
이어 "여러 문제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환자 거절'이 생기고 있어 단기적으로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상급 병원들을 모두 연계한 뒤 병원이 데리고 있는 의사의 전공을 모두 정리하고, 증상에 따라 즉시 환자를 이송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 또는 SNS 상담 마들랜(www.129.go.kr/etc/madlan)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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