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개월 혼수상태' 자가면역뇌염 환자, 경상국립대서 기적적 회복
- 한송학 기자

(진주=뉴스1) 한송학 기자 = 경상국립대학교병원은 신경과 김영수 교수팀이 중증 ‘NMDAR뇌염’으로 21개월간 혼수상태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던 환자를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4일 밝혔다.
이 환자는 지속적 면역치료와 다학제적 집중 치료로 기본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한 상태다.
병원에 따르면 ‘NMDAR뇌염’은 신경세포막의 NMDA 수용체에 대한 자가항체로 발생하는 자가면역뇌염의 대표적 질환이다.
초기에는 이상행동, 기억력장애, 정신증 등이 나타나고 이후 발작, 운동이상, 자율신경불안정 등을 보이며 심하면 혼수와 인공호흡기 의존 상태로 악화한다.
면역치료를 적절하게 시행하는 경우 70~80% 이상의 회복률을 보이지만 중환자실 치료가 길어지거나 면역치료 저항성인 경우 감염과 패혈증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아진다.
김 교수팀은 "20개월 이상 장기간 혼수상태였던 NMDAR뇌염 환자가 회복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어 이번 임상적 성과는 국내외적으로도 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회복한 환자는 30대 여성으로 초기에는 횡설수설하는 언어장애, 부적절한 행동, 기억 소실, 불면증 등의 증상을 보여 정신과 질환으로 오인돼 치료받았다.
이후 의식 저하가 빠르게 진행됐고 내원 당시 명령 수행 불가, 이상행동, 팔다리와 얼굴의 지속적인 이상 움직임 후 급기야 발작을 동반하여 전형적인 NMDAR뇌염 양상을 보였다.
척수액과 혈청 검검사에서 항NMDAR항체 양성이 확인됐고 환자는 반복되는 전신발작과 심한 자율신경불안정으로 입원 9일째 중환자실 입실 후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면역치료를 시작했다.
질환의 원인으로 생각되는 난소 기형종 수술을 시행했고 NMDAR뇌염의 표준 치료인 다양한 1~2차 면역치료를 단계적으로 시행했으나 의식 회복이 없고 뇌전증 지속상태의 반복으로 힘겨운 치료가 이어졌다.
김영수 교수팀은 "이 여성은 회복 가능성이 적은 장기 혼수상태에서도 가족과 긴밀하게 상의하면서 면역치료를 지속해서 시행했다"며 "중환자실 간호팀과 감염내과와의 협력으로 여러 번의 패혈증 위기를 극복해 나갔다"고 말했다.
환자는 입원 21개월이 지나면서 처음으로 의료진과 눈을 맞추고 간호사의 행동을 따라 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후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졌고 인공호흡기 의존도 조금씩 줄여나갔다.
입원 22개월째 재활치료팀의 도움으로 스스로 식사가 가능해지고 부축해 보행할 수 있게 됐으며 24개월간의 중환자실 치료를 마치고 일반 병실로 옮겼다.
입원 25개월째 환자는 독립 보행이 가능해졌고 대부분 일상생활을 스스로 수행할 수 있는 수준까지 회복해 퇴원했다고 치료 과정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NMDAR 뇌염은 신속하고 공격적인 면역치료가 핵심이다. 치료 과정에서 패혈증 등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해 생명을 잃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증례는 오랜 기간 뚜렷한 회복이 보이지 않더라도 치료를 중단하지 않고 꾸준히 이어간다면 수년이 지난 뒤에도 의미 있는 회복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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