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의 그늘' 조선업 부활에도 지역 경기는 아직…거제시의 활로는?

양대 조선소 실적 급증에도 인구감소에 상권·부동산 제자리
시장 공약 1500억 규모 '지역상생발전기금'은 몇 달째 답보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 대형 크레인과 건조 중인 선박이 보이고 있다. /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거제=뉴스1) 강미영 기자 = 긴 불황의 늪을 빠져나온 조선업계가 역대급 실적과 마스가(MASGA) 프로젝트 등 잇따른 호재로 활기를 되찾는 모습이다. 그러나 정작 조선소가 자리한 지역 경제는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선업 도시인 경남 거제시는 과거 산업 호황이 자연스럽게 지역 경제로 확산하며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였다. 그러나 지금은 청년층 이탈이 지속되고 그 자리를 외국인 노동자가 대체하면서 지역 소비와 상권 회복으로 이어지는 파급 효과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2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3분기 삼성중공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4% 증가한 2조 6000억 원으로 영업이익은 98% 늘어난 2381억 원을 기록했다. 한화오션도 같은 기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8% 늘어난 3조 234억 원, 영업이익은 1032% 급증한 2898억 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양대 조선소가 위치한 거제시는 지속되는 인구 감소와 상권 및 부동산 침체로 지역 경제 전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9월 거제시의 실업률은 3.4%로 전국 평균인 2.1%보다 높았다.

삼성중공업이 위치한 옥포 지역의 부동산 경기도 몇 년째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2분기 옥포지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35.1%로 전국 평균(13.4%)의 약 3배였다. 소규모 상가 공실률도 전국 평균 7.5%보다 2배 높은 17.2%였다.

변광용 거제시장이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지역상생발전기금에 대한 취지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2025.04.28/뉴스1 강미영기자

이런 가운데 거제시는 지역 경기 활성화를 위한 자체 '민생회복지원금'을 편성해 이날부터 지급을 시작했다. 변광용 시장 핵심 공약인 이 사업과 함께 다른 공약인 '지역상생발전기금'도 추진되고 있다. 이 기금은 시와 양대 조선소가 매년 각 100억 원씩 5년간 출연해 총 1500억 원 규모로 조성하는 것을 목표한다.

조성된 기금은 △노동자 처우 개선 △내국인·지역 청년 채용 인센티브 △주거·교통 등 정주 여건 개선 △조선산업 혁신 및 기술개발 지원 등 지역의 구조적 과제 해결을 위해 쓰도록 한다는 게 시의 구상이다.

그러나 기업 측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이를 논의할 협의체 구성조차 최근 몇 달간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불황기에는 지역 힘을 빌린 기업이 이제 와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거제시는 앞서 국내 최초로 '거제형 조선업 고용유지 모델'을 도입, 숙련 노동자 7000여 명의 일자리를 지켰기에 아쉬움의 목소리가 더 큰 편이다.

이에 대해 변 시장은 "지역상생발전기금이 균형 발전과 지방 소멸 문제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방안이 되도록 하겠다"며 "시와 기업, 시민이 함께 성장하는 상생 구조를 만들기 위해 기업과 지속 소통하며 합리적 안을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myk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