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만에 귀환 '진주 호국사 독성도'…오스트리아서 환수

진주 호국사에서 21일 독성도 공개행사가 열리고 있다. 2025.11.21/뉴스1 한송학기자

(진주=뉴스1) 한송학 기자 = 국외로 유출됐던 1860년대 제작 추정 '독성도'(獨聖圖)가 경남 진주성 호국사로 환수됐다.

대한불교조계종과 제12교구 진주 호국사는 21일 호국사에서 환수된 독성도 공개행사를 열어 환수 경과와 향후 계획 등을 설명했다.

조계종에 따르면 독성은 천태산에서 선정에 들어 홀로 수행하는 성자로 나반존자라고 불리기도 하며, 독성 신앙은 16세기부터 나타나 19세기에 크게 믿어졌다.

이번에 환수한 독성도는 지난 8월 국외 소재 문화유산재단으로부터 받은 국외 한국문화 유산 경매 모니터링 자료에서 발견했다.

1860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독성도의 크기는 세로 86㎝, 가로 59㎝로 발견 당시 하단이 잘려 봉안 사찰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진주'(晉州), '대법당'(大法堂), '진주성'(晉州城) 등 글자가 적혀 있었다.

이에 종단은 이 독성도가 진주성 내 호국사와 관련이 깊을 것으로 추정, 호국사와 협의 후 경매에 응찰했고 9월 11일 오스트리아 경매에서 낙찰받았다. 진주 호국사로의 이운은 지난달 22일 완료됐다.

진주 호국사 독성도(조계종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5.11.2수

환수한 독성도는 소나무 아래 불자를 쥐고 앉아 있는 나반존자가 그려져 있다. 화기가 온전하지 않지만 금어는 성규 스님 혹은 성관 스님, 보조화승은 행전 스님으로 판단되고, 증명은 활해삼소 스님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게 종단의 설명이다.

최현정 조계종 문화부 행정관은 "성규·성관·행전 스님은 활해삼소 스님을 증사로 모시고 해인사 대적광전 '124위 신중도(1862)'와 해인사 법보전 '비로자나불도(1873)'를 제작했다"며 "1860년대에 조성된 독성도 역시 해인사를 기반으로 진주 등 경남 일대에서 영향력이 컸던 고승 활해삼소를 모시고 성규 혹은 성관 스님이 제작한 독성도로 이해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최 행정관은 "이번 독성도는 진주성 안에 있었던 호국사에 모셔졌던 가능성이 매우 크고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며 "진주성과 진주 호국사와 관련이 깊다는 점에서 시도지정 문화유산급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총무원 문화부장 성원스님은 "도난 성보에 대한 종단적 관심을 지속해서 기울여 나갈 것이며, 도난 및 유출 성보들이 환지본처 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진주 호국사 주지 학암스님은 "해외를 떠돌던 성보를 환수해 매우 기쁘며 앞으로 호국사에 여법하게 모실 것"이라며 "독성도를 여법하게 모시기 위해 내년 1월부터 천일기도를 봉행해 사부대중이 함께 정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환수한 독성도는 초대 주한프랑스대사(1959-1969)를 지냈던 로제 샹바르의 소장품이다. 그는 고고학자이자 언어학자 출신으로 한국에서 10년 동안 근무하며 한국 문화에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샹바르 대사는 우리 문화, 특히 불교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독성도를 수집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독성도는 현재 국내에 300여 점이 전해진다. 1812년 제작된 영주 안양원의 독성도가 있지만 20세기 작품이 대부분으로 이번 진주 독성도는 1860년에 조성된 손에 꼽을 수 있는 이른 시기의 독성도로 매우 드문 예로 평가된다.

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