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것에 누워서라도"…경남 곳곳 수능 입실 진풍경

학생·교사 뜨거운 응원전…묵묵한 눈물의 배웅도

13일 거제상문고 앞에서 구급대원이 수험생을 이송하고 있다.2025.11.13/뉴스1 강미영기자

(경남=뉴스1) 강미영 한송학 강정태 박민석 기자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3일 오전 수능 한파 없는 맑고 포근한 날씨 속에서 수험생들이 경남 시험장으로 입실을 시작했다.

경남교육청 90지구 제6시험장인 거제상문고 앞에는 이날 오전 7시 10분쯤 구급차 한 대가 도착해 눈길을 끌었다.

구급대원의 도움을 받아 환자용 들것에 누운 채 시험장으로 들어간 이는 이날 수능을 치르는 수험생 A 군.

A 군은 전날 밤 갑자기 거동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 수능 응시를 위해 긴급 이송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 당국은 촉박한 시간 탓에 병원 내 별도 시험장을 꾸리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당초 배정된 상문고의 보건실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조치했다.

한편 산청고에 마련된 89지구 제19시험장은 아침부터 수험생들을 응원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자원봉사단체에서는 학교 앞 주차장에 부스를 마련해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따뜻한 차를 제공했다.

이승화 산청군수, 군청 직원, 김수한 군의회 의장, 군의원, 교육지원청 관계자들은 교문 앞에서 시험장에 들어가는 모든 수험생에게 '파이팅'을 외치며 응원했다.

지리산고 수험생과 교사들이 손을 모아 수능 응원을 하고 있다.2025.11.13/뉴스1 한송학기자

산청 간디고에서는 수험생과 교사, 재학생 등이 단체로 학교 앞 주차장에 도착해 응원전을 벌였다. 교사들은 수험생들의 수험표와 신분증 지참 여부를 확인했고 주의 사항 등을 안내하고 시험을 잘 보라고 격려했고 '수능 대박', '화이팅' 등을 외치며 응원했다.

승합차를 타고 온 지리산고 수험생과 교사들은 학교 앞 주차장에서 수험생 후배들이 준비한 핫팩과 초콜릿 증정식을 가졌다. 이후 손을 모아 '화이팅'을 외치며 시험을 잘 보라고 격려했다.

김남윤 지리산고 학생은 "단체 응원 덕분인지 긴장되진 않는다. 시험을 잘 보고 오겠다"며 교문으로 뛰어 들어갔다.

반면 비슷한 시각 경남교육청 88지구 5시험장인 창원대암고 정문 앞에서는 응원전 없이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수험생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따뜻한 응원이 펼쳐졌다.

부모들은 수험생 자녀를 포옹으로 배웅하거나 어깨를 두드려주며 격려했다. 고사장으로 향하는 자녀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정문에서 서성이다 눈물을 훔치는 부모도 있었다.

눈시울을 붉히고 있던 수험생 장현우 군의 어머니 장은삼 씨(40대)는 "아들이 평소 노력한 만큼 실력을 발휘해 시험을 잘 치르길 바란다"며 "아들, 쫄지 마! 사랑해! 이따 보자"고 말했다.

창원대암고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수험생들.2025.11.13/뉴스1 강정태기자

비슷한 시각 경남교육청 88(창원)지구 제2시험장이 마련된 창원사파고등학교는 격려와 응원 속에 수험생 입실이 이뤄졌다.

학부모들은 시험장으로 들어서는 자녀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마음을 졸이거나, 제자들을 향해 반갑게 인사하는 선생님의 모습도 보였다.

도시락이나 신분증, 수험표를 두고 온 자녀에게 전달해달라며 시험 감독관에게 건네는 모습도 펼쳐졌다. 한 시험 감독관은 "잠깐 사이에만 도시락은 2번, 수험표 1번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창원대산고에 재직 중인 김민수 교사는 "제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아침부터 나왔다"며 "빠뜨린 것이 없는지, 긴장하지 말라는 말을 해줬다"고 했다.

손주를 응원하기 위해 나온 김성열 씨(76)는 "열심히 하라는 말을 손자에게 해줬다"며 "손자가 시험을 잘 치르고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험장 입실 마감 시간인 오전 8시 10분까지 경남 지역에서 접수된 수능 관련 112 신고는 19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오전 7시 32분쯤 진해중앙고에서는 한 수험생이 수험표를 놓고 와 지구대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올해 경남에서는 수험생 3만 2955명이 수능에 응시할 예정이며 일반시험장 105개 학교에서 1277개 시험실이 운영된다.

창원사파고 앞에서 박종훈 교육감이 수험생들을 격려하고 있다.2025.11.13/뉴스1 박민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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