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민주화, 금융위기…'근현대 부산' 지킨 시민단체에 쏟아진 사랑

부산YMCA 80주년 기념 행사
'YMCA 율동' 힘찬 미래 그려

부산시민들이 28일 부산 남구 그랜드모먼트유스호스텔 클래식홀에서 단체로 하트를 그리며 부산YMCA 80주년을 축하하고 있다. 2025.10.28/뉴스1 ⓒ News1 김태형 기자

(부산=뉴스1) 김태형 기자 = 28일 오후 5시 부산 남구 그랜드모먼트유스호스텔 클래식홀. 이곳에 마련된 각 9개 좌석의 원탁테이블 32곳엔 부산시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두 팔을 머리 위에 올린 채 300개의 하트를 한 단체에 보냈다. 올해로 80돌을 맞은 부산YMCA였다.

이들 80주년을 축하하는 자리엔 단체의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는 기념영상이 상영됐는데 이곳에 모인 시민들은 모두 그 영상을 숨죽인 채 지켜봤다.

부산YMCA는 1945년 해방 시기 창립된 이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시민단체로 현재 도시의 청년운동과 시민운동의 산실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해방기라는 혼란의 시대 속 '청년이 살아야 민족이 산다'는 정신 아래 창립된 단체는 초기엔 난민과 전쟁고아들을 돕는 사회구호 활동을 했다. 또 청년교육을 통해 지역사회의 자치 역량을 키우는 데도 앞장섰다. 한국전쟁 시기엔 부산이 임시수도였던 만큼 시민 구호와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을 펼치며 도시의 회복력을 높였다.

1970년~1980년대엔 청년·학생운동의 중심이자 민주화 시민운동의 거점으로 기능하며 지역사회 시민의식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부마민주항쟁의 촉매제가 된 양서조합운동 역시 부산YMCA에서 시작됐다. 80년대 초엔 고 노무현 전대통령이 이사로 참여하며 노동법 강의 등 민주 시민의식을 일깨우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1990년대 이후엔 소비자운동·환경운동·국제연대활동 등 시민운동의 외연을 확장하며 부산시민사회의 발전에 기여했다.

오문범 사무총장이 28일 부산 남구 그랜드모먼트유스호스텔 클래식홀에서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5.10.28/뉴스1 ⓒ News1 김태형 기자

부산YMCA 역사와 함께한 인물도 만날 수 있었다. 행사 전 홀의 뒷편에선 여느 동네 아저씨와 같은 친근한 인상의 남성이 걸어 왔다. 약 30년동안 단체에서 활동하며 시민운동 현장을 직접 발로 뛰어온 오문범 부산YMCA 사무총장이었다.

오 총장은 "젊었을 땐 운동 현장에서 이리뛰고 저리뛰었고 IMF 시기나 그 이후 시기엔 시민들의 아픔과 함께했다. 소비자 권익 증진을 위해 힘써오기도 했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이날 기념식에 함께한 신종원 한국YMCA전국연맹 기록이사도 "전국의 60개 YMCA 단체들이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공동체를 지키겠다는 헌신의 가치는 공유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우리 단체들이 합심해 정부와 행정조직들을 도와 새로운 시대의 문제들을 고민하고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th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