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실형' 구속·2심 집유로 풀려난 군인이 부대 복귀 안 했다면?

"제도 보완 없이 피고인 책임은 지나치게 가혹"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전경 ⓒ News1 윤일지 기자

(부산=뉴스1) 장광일 기자 = 군 복무를 하며 입대 이전 범행으로 구속됐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났으나 부대에 복귀하지 않은 20대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김주관 부장판사)는 군무이탈 혐의로 기소된 A 씨(20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 씨는 군 복무 중이던 지난해 4월 부산지법 서부지원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고 구속된 뒤, 같은 해 7월 부산고등법원에서 진행된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석방됐으나 부대로 복귀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2023년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징역 3년과 8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5년간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제한을 선고했다.

피고인은 당시 구속되면서 자신이 속해있던 군 부대 중대장에게 상황을 통보해달라고 구치소 측에 요청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중대장은 군 인사처에 A 씨의 처우에 관해 문의했고 '복무기간보다 형이 길기 때문에 제적될 것'이라는 답을 받게 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8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했다.

석방된 A 씨는 부산 사하구에서 원룸을 구한 뒤 거주하다가, 지난해 11월 '부대로 복귀해야 한다'는 중대장의 연락을 받고 다시 군 부대로 돌아갔다.

검찰은 A 씨가 군무를 기피할 목적으로 부대에 복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그를 기소했다.

A 씨 측은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군대로 다시 복귀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병역법 상 복무기간을 마치지 않은 자로 집행유예 판결로 석방됐을 때 부대로 복귀한 뒤 계속 복무할 의무가 있다"면서도 "피고인은 '구치소에서 부대에 통보했기 때문에 필요하면 나중에 연락이 올 것', '구치소 교도관 등 많은 사람들이 전역일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등 취지로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술에 맞게 피고인은 일정한 주거지를 가지면서 본인 명의 핸드폰을 사용했고, 법원이 명령한 프로그램 수강 중 32시간을 수강하기도 했다"며 "부대에서 연락이 온 뒤엔 즉시 복귀하기도 한 점 등도 고려했을 때 이러한 행동은 실제 군무기피 목적이 있었다면 보일 수 있는 행동이라 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한편 2022년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현역병이 입대 전 사유로 인한 재판을 군사법원이 아닌 법원에서 받게 됐다"며 "법무부 등에서 피고인에 대한 선고 결과를 부대에 알리거나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선고 결과에 따른 신분 변화에 대해 알리는 안내절차 등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했다.

아울러 "피고인이 직접 결과를 알리고 의무 사항을 확인해야 함이 바람직하지만 제도적으로 보완함 없이 온전히 피고인의 책임이라고만 보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ilryo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