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사칭 사기 잇따르는데…부산 1~8월 150건 신고에 4명 검거

대포폰·통장, 해외 IP 등 사용해 추적 어려워
경찰, 전담 대응팀 신설…"각별한 주의" 당부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부산=뉴스1) 장광일 기자 = #지난 7월 부산해양경찰서에 한 사업자 A 씨로부터 "물건 대금을 내려고 하는데 담당자와 연결이 안 된다"는 내용의 전화가 걸려 왔다. 해경이 이 전화를 받고 확인한 결과, A 씨가 지목한 담당자는 실존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해경은 '사칭 사기가 의심되니 입금하지 말라'고 당부했으나, A 씨는 이미 200만 원을 입금한 상태였다. A 씨는 당시 해경을 사칭한 인물로부터 위조 공문 등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6월 사무 가구 업주 B 씨는 자신을 '공무원'이라고 소개한 이로부터 의자 등 가구를 구매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 인물은 B 씨에게 '사무 가구를 구매하면서 제세동기도 필요한데, 다른 업체를 통해 구매한 뒤 가구와 함께 납품해 주면 돈을 얹어 주겠다'고 제안하며 한 업체를 소개해 줬다. 이에 B 씨는 2400만 원 상당을 김 씨가 소개해 준 업체에 이체했다. 이후 구매자가 잠적하자 B 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수사 결과, B 씨에게 연락한 공무원과 그가 소개해 준 업체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관공서를 사칭한 '물품 대리 구매 사기'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관계 당국은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6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부산지역에서 접수된 관공서 사칭 물품 대리 구매 사기는 150건에 이른다. 경찰은 미수에 그쳐 신고되지 않은 건도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의 범행은 주로 관공서 직원을 사칭한 뒤 '물품을 대량 구매하려고 하는데, 다른 물품도 대량으로 필요하다. 여러 곳에서 구매하면 번거로우니 특정 업체로부터 대리 구매해 주면 금액은 나중에 치르겠다'고 요구하는 수법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기범들은 위조된 관공서 명함이나 공문을 피해자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피해자들은 입금 뒤 이상함을 느껴 해당 관공서에 확인 전화를 하고 나서야 사기 피해를 봤음을 깨닫는 경우가 많다.

올 6월엔 울산의 한 가구업체가 이 같은 수법으로 1억 8000만 원 상당의 금전 피해를 봤다.

이런 사기 범행은 주로 전화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한 비대면 방식으로 이뤄진다. 해당 피의자를 검거하려면 사기에 이용된 전화번호 가입자 조회나 피해금이 입금된 계좌 명의 조사가 필요하다.

부산경찰청 전경 ⓒ News1 윤일지 기자

이를 위해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면 검찰을 거쳐 법원에서 영장이 발부되기까지 짧겐 2~3일, 길게는 1주일까지 걸리기도 한다. 이 사이 피의자가 잠적하거나, 범행에 대포폰·통장, 해외 IP 등을 사용한 경우엔 수사를 진행하더라도 검거로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올해 부산에서 관공서 사칭 물품 대리 구매 사기로 검거된 피의자는 총 4명으로 이들은 저마다 현금 인출책, 전달책 등 사기 범행 중 하나의 역할만 맡고 있었다. '점조직' 형태로 사기 범행이 이뤄지기 때문에 이들도 다른 조직원의 신원을 몰라 경찰도 관련 수사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술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과거에도 공공기관 사칭 범죄가 잇따라 벌어진 적이 있다"며 "사기범들은 공공기관의 신뢰성, 이미지를 이용해 이 같은 범행을 벌인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특히 최근 유행하는 '물품 대리구매 사기'는 피해자 중 65% 상당이 50~70대"라며 "비교적 젊은 사람들보다 인지력이 떨어지거나 공공기관과 거래 경험이 있단 점을 이용해 범죄가 일어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공공기관에서 전화가 왔다 하더라도 한 번쯤은 확인 전화를 할 필요가 있다"며 "이 방법만으로도 피해 예방에 크게 도움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 부산경찰청은 올 6월 시, 부산소상공인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숙박업 협회와 함께 관공서 사칭 물품 대리 구매 사기, '노쇼' 사기 피해 예방을 위한 간담회를 진행한 데 이어, 지난달 26일엔 27명의 인력으로 구성된 '피싱 범죄 대응 전담팀'을 반부패수사대 소속으로 신설했다. 부산경찰은 내년 1월 31일까지를 피싱 범죄 집중 단속기간으로 정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소상공인, 유관기관과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있으며 전담팀을 신설하는 등 피싱 범죄에 대해 엄정 대응하고 있다"며 "추석 연휴를 이유로 피싱 범죄가 많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니 시민 여러분의 각별한 주의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ilryo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