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년 만의 무죄 최말자씨 "운명이 좋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바위에 계란 치기'라며 만류했지만 묻고 갈 순 없었다"

61년 전 성폭행범 혀를 깨물어 집행유예 확정판결을 받았던 최말자 씨가 10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재심 선고공판을 기다리고 있다. 2025.9.10/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부산=뉴스1) 김태형 기자 = 18세 소녀 시절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절단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최말자 씨가 10일 재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데 대한 소회를 밝혔다.

최 씨는 이날 오후 부산지방변호사회에서 한국여성의전화가 마련한 기자회견을 통해 "오늘의 영광은 가족과 지인, 여성단체, 변호사 등 여러분들의 힘과 노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61년 전 18세 소녀였던 난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가해자로 변했다"며 "주변에서 '바위에 계란 치기'라며 만류를 했지만 이 사건을 묻고 갈 순 없었다. 나는 운명이 참 좋아 주변 인연들의 도움을 받아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최 씨는 "나 같은 운명을 가진 피해자들을 생각해 앞장설 수밖에 없었고 그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었다"며 "어느 기자가 내 이름을 몰라도 '혀 절단 사건'이라고 하면 첫머리에 떠올린단 말을 했다. 역사와 기록도 중요하지만 반드시 헌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최 씨는 "난 우리 헌법이 꼭 잘못됐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직권남용으로 약자를 짓밟고 법을 악용한 권력자들의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날 최 씨에 대한 재심 선고공판에서 "피고인이 중상해를 입혔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또 피고인 측은 혀를 깨문 것과 관련해 정당방위를 주장했는데 이 역시 정당방위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61년 전 성폭행범 혀를 깨물어 집행유예 확정판결을 받았던 최말자 씨가 10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며 기뻐하고 있다. 2025.9.10/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최 씨 재심 선고는 이날 오후 2시쯤 부산지법 제352호 법정에서 이뤄졌다. 최 씨 일행은 오후 1시 52분쯤 법정에 입회했고, 당시 법정 안은 방청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심리가 이어지는 동안 최 씨는 다소 몸이 불편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재판은 약 5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됐고, 최 씨와 그 일행은 무죄 판결이 난 후 방청객들과 함께 환호했다. 최 씨는 재판 이후 법정 앞과 바깥 정문 앞에서 "고맙다" "그동안 수고 많았다"고 연신 감사 인사를 전했다.

th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