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으로 실종된 아버지 찾는 아들…여전히 처참한 현장

"토사 아닌 물이 사람 쓸어 갔을 것" 산청읍 모고마을
주민들 "농로 물길 막혀 한꺼번에 많은 물 마을 덮쳐"

산청군 산청읍 모고리 실종자 수색 현장. 2025.7.21/뉴스1 한송학기자

(산청=뉴스1) 한송학 기자 = "토사가 아니라 물이 쓸어간 거야."

경남 산청군 산청읍 모고마을 주민 하영웅 씨(86)가 21일 실종자 수색 현장에서 집중 호우 당시 물에 휩쓸려 사람이 실종된 것 같다고 추측했다.

모고마을에서는 19일 낮 12시 13분께 주민 3명이 연락이 안 된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이 중 2명은 자력 대피했지만 70대 A 씨는 실종됐다.

하영웅 씨는 A 씨가 불어난 물에 휩쓸려 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A 씨 집 뒤쪽 논의 다리 아래 물길이 산에서 내려온 나뭇가지 등에 막혀 물이 주택을 덮쳤다는 것이다. 이후 토사가 마을을 덮치면서 주택들이 파손됐다고 했다.

하 씨는 "논에서 내려오는 물길이 막혀 주택으로 넘치게 된 것이다. 물이 갈 곳이 없으니, 양쪽으로 갈라져 두 갈래로 마을 주택들을 덮쳤다"며 "실종자는 토사에 매몰된 것이 아니라 물에 먼저 쓸려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고마을에서 80년을 살았다는 임봉규 씨(95)도 하 씨의 주장에 맞장구를 쳤다. 임 씨는 모고마을 실종자의 집 건너편에 살고 있어 평소 큰비 때와 주변의 지형을 잘 안다고 했다.

임 씨는 "물이 넘어서 덮친게 맞다. 논에 농로 다리가 있었는데 물길이 막혀서 한꺼번에 많은 물이 쏟아지면서 이 난리가 났다"며 "평생 이런 난리는 처음이다. 산사태는 있었지만, 집이 절단나는 등 이런 큰 난리는 없었다"고 말했다.

산청읍 모고마을 계곡에 떠내려온 토사물. 2025.7.21/뉴스1 한송학기자

실제 모고마을 산사태는 마을 맨 위 논에서 물이 양쪽으로 넘쳐 마을을 덮친 형상을 하고 있다.

물이 덮친 한쪽은 A 씨 주택부터 시작해 아래로 주택 8가구 정도가 산사태 피해를 입었다. 토사는 A 씨 집에서부터 마을 아래 논까지 약 500m 정도로 도로를 훑고 내려가면서 흔적을 남겼다. 도로와 주변 곳곳에 바위, 나뭇가지, 농기계 등이 나뒹굴고 있다.

물이 넘은 다른 한쪽은 마을 도로를 따라 내려오는 옹벽으로 쌓은 계곡이다. 계곡은 토사가 밀려와 물길을 막고 있고 계곡에는 사람 허리 두께의 거목과 도로 가드레일이 종이처럼 휘어져 있어 당시 밀려온 토사의 규모를 짐작케 한다.

A 씨를 찾기 위해 소방과 경찰은 A 씨 거주지와 인근 주택, 마을 아래 논까지 반경을 넓혀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A 씨 아들은 집과 주변 등을 삽으로 파헤치며 A 씨를 찾고 있다.

하 씨는 "이 마을에 80년을 살았는데 이런 물난리는 처음이다. 산사태도 몇 번 있었지만 이렇게 크지는 않았다"며 "형제처럼 지낸 동생이 실종됐는데 마음이 안 좋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임 씨도 "실종자는 평생 한동네에 살면서 알고 지낸 사이인데 살아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