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짝할 사이 뒷산서 토사 밀려와" 폭우가 삼킨 산청 한 카페
60대 자매의 3년 결실도 한순간 무너져
- 강미영 기자
(산청=뉴스1) 강미영 기자 = "한꺼번에 모든 걸 덮친 자연재해가 무섭게만 느껴집니다."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토사가 덮친 경남 산청. 곳곳에 수마의 상처가 생긴 가운데 산청에서 카페를 운영하던 60대 자매도 피해를 피하진 못했다.
20일 산청 신안면 안봉리 굽이진 길을 따라가면 마주하는 한옥정원카페 힐비엔또. 평소라면 손님들로 붐볐을 이곳엔 정적만 감돌았다.
전기·통신·수도 모든 것이 끊긴 상황에서도 사장 A 씨(60대)는 남편과 함께 침수된 집기를 정리하는 데 여념 없었다.
A 씨는 긴박했던 전날을 떠올리면 아직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
19일 오전 10시 30분쯤, 하늘에 구멍 난 듯 비가 쏟아졌고 카페 옆 계곡에서 물이 용솟음치기 시작했다.
그는 "그때만 해도 물 구경 하는 마음이었다. 큰 걱정 없이 주차장에 내려오는 물길을 잡고 있었는데 눈 깜짝할 사이 뒷산에서 토사가 밀려왔다"고 회상했다.
거대한 흙더미가 창고를 덮쳤고 40년을 버틴 자두나무마저 속절없이 뿌리째 뽑혀 나갔다. 자칫하면 인명피해까지 발생할 뻔했던 아찔한 상황. 다행히 카페 뒤편에 설치한 철망 덕분에 토사는 카페 본채 코앞에서 멈췄다.
A 씨는 "잠시 대피했다가 비가 멎고 돌아오니 2차 산사태가 일어나 옆 비닐하우스와 닭장까지 쓸어갔더라"면서 "만일 떠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지 아찔하다. 인명 피해가 없는 게 천만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3년간 정성껏 가꾼 정원은 엉망이 됐다. 아담한 연못은 흙탕물이 됐고, 나무 그늘 밑에 놓아둔 테이블과 의자는 나뒹굴고 있었다. 손님들이 사진을 찍던 꽃밭과 수풀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피해 복구까지는 적어도 6개월. 결국 A 씨는 막막한 심정으로 장기 휴무 안내판을 내걸었다.
그는 "돌아가신 부모님의 집을 정비해 3년 전부터 언니와 함께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며 "아름다운 정원과 연못, 주변 경치로 소문나면서 손님들이 찾고 있는데 갑작스레 이런 일을 겪어 막막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이날 오후 3시 기준 산청에서는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로 10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산사태로 인한 토사 등에 매몰된 실종자는 4명이다.
myk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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