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이 논이 됐다" "전부 휩쓸려 가" 산사태가 삼킨 산청 석대마을
- 강미영 기자
(산청=뉴스1) 강미영 기자 = "온 지역이 난리라 어디부터 수습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극한호우가 휩쓸고 간 경남 산청군 단성면 석대마을. 마을을 둘러싼 산자락이 무너져 내리면서 쑥대밭이 된 이곳엔 한숨만 흘렀다.
340여 명이 거주하는 이 마을 주민들은 곳곳에 흘러내린 토사와 잔해를 치우느라 분주했다. 마을 인근은 질퍽한 땅과 쌓인 잔해, 여전히 흘러내리는 흙탕물로 인해 발걸음을 디디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통신이 두절되고 도로 여러 곳이 막히면서 복구 인력들이 길을 되돌아가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정동근 석대마을 이장(69)은 "이 일대는 산에서 내려오는 물길이 열댓 곳은 되는데 전부 산사태에 휩쓸렸다"고 말했다.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쏟아진 비로 주택 한 채가 휩쓸리면서 부부 중 70대 남성이 숨지고 60대 여성이 실종됐다.
현장을 방문한 한 남성은 "부속 건물은 완전히 무너졌고 본채도 1층까지 토사가 들어차 진입이 어려운 상태"라며 발길을 옮겼다.
주민들은 흙 범벅이 된 몸을 이끌고 복구 작업에 나서면서 더 이상의 인명 피해만은 없기를 바라고 있었다.
한 70대 주민은 "45년 가까이 이곳에서 살았지만 80년대 큰 산사태를 겪은 이후 이런 난리는 처음"이라며 "천둥 같은 우르르 쾅쾅 소리에 놀랐는데, 알고 보니 계곡에서 바위랑 흙이 쏟아져 내려오는 소리였다"고 회상했다.
계곡 옆에 살고 있는 권동환 씨(71)도 전날 밤을 떠올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히 집은 무사했지만 겨우 300m 거리의 마을회관을 가기 위해 이날 새벽부터 도로에 쌓인 토사를 치워야 했다.
권 씨 부부는 "집 뒤편 계곡에 쌓아진 보가 5개는 있었는데 하나도 남김 없이 전부 떠내려갔다"며 "5m 남짓인 계곡이 지금은 30m 가까이 넓어져 논처럼 돼버렸다"고 말했다.
산청에서는 집중호우로 인해 이날 오전 9시 기준 8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된 것으로 파악됐다.
myk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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