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손해배상소송서 부산시 단독책임 인정 판결

"시가 국가에 앞서 주도적으로 불법 저질러"
부산지법, 강 모씨 유족에 6333만원 배상 선고

부산고등·지방법원 전경 ⓒ News1 윤일지 기자

(부산=뉴스1) 장광일 기자 = 부산 형제복지원 관련 손해배상소송이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부산시의 단독 책임이 인정된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민사11부(부장판사 이호철)는 형제복지원 피해자 유족 강 모씨가 부산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시가 유족 측에 6333만여 원을 배상할 것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강 씨의 아버지는 1985년 형제복지원에 끌려가 2년간 수용됐다. 당시 그는 강제노동에 동원되거나 약물을 투여 당했으며 퇴소 뒤에는 정신질환을 앓은 것으로 전해졌다.

강 씨는 지난해 2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를 통해 아버지의 피해 사실을 인정받고 같은 해 5월 소송을 제기했다.

앞선 재판에서 시 측은 "당시 시행 중이던 '지방자치에 관한 임시조치법'에 의해 자체적인 의사결정이 불가능했다"며 "피해자들이 문제 삼는 행위는 국가사무를 위임받아서 처리했다"고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시가 국가에 앞서 주도적으로 불법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시는 1962년부터 자체적으로 재생원을 운영하다가 그 업무를 민간에 위탁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조례를 만들었고, 이에 따라 형제복지원에게 보조금을 제공했다.

또 1973년에는 자체적으로 걸인, 부랑아 등을 대상으로 구청과 경찰서가 단속해 보호시설에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지침을 마련했다.

반면 국가에서 시행한 걸인, 부랑아 단속 정책인 '내무부 훈령 제410호'는 1975년에 발령됐다.

재판부는 "피고(부산시)는 부랑인 단속과 그 수용시설에 관한 정책을 국가가 공식적으로 시행하기 전부터 선행해 추진했다"며 "피고는 당시 법률에 따라 법인으로서 독자적인 권리·의무의 주체가 됐으므로 지방자치제도가 중단됐다는 이유로 국가의 하부기관에 불과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가 국가배상책임이 아니더라도 그 소속 공무원들의 불법행위에 대해 민법상 사용자 책임 또는 불법행위 책임을 진다고 볼 수 있다"며 "국가배상법에는 공무원의 선임, 감독하는 자가 봉급 등을 부담하는 자와 다르면 비용을 부담하는 자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lryo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