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오면 급류로 돌변 '온천천'…눈 깜짝할 새 수위 4배나 높아져

7월 부산 사상구 학장천 실종에 이어 전날 온천천 실종 사고
안전 차단기도 역부족…"물에 떠내려가던 그 표정 잊지 못해"

21일 오후 부산 수영강에서 소방대원들이 보트를 동원해 전날 온천천에서 폭우로 불어난 물에 휩쓸려 실종된 여성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2023.9.21/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부산=뉴스1) 박상아 노경민 조아서 기자 = 부산에서 불과 2개월 만에 도심하천 산책로에서 집중호우로 불어난 물에 휩쓸려 실종되는 사고가 또다시 발생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특히 호우특보 시에는 한번 산책로에 들어가면 밖으로 빠져나오기 힘들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오후 5시48분쯤 50대 여성 A씨가 온천천에 빠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A씨는 부산 도시철도 1호선 온천장역 4번 출구 아래 사각 기둥을 붙잡은 채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 부산에는 호우주의보가 내려져 거센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하천 수위도 순식간에 올라갔다.

심지어 오후 5시56분 소방이 현장에 도착한 뒤에도 구조 진입로가 먼 곳에 있는 데다 난간 높이도 약 6m나 돼 구호정을 던지지도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은 몸에 로프를 묶어 직접 물 속으로 들어가 A씨를 구하려 했으나 이 과정에서 A씨는 빠른 유속에 휩쓸려 실종됐다. 목격자들은 당시 A씨가 기둥을 붙잡으며 "살려 달라"고 외친 목소리를 잊지 못하고 있다.

평소라면 산책로로 자주 이용되는 도심하천은 비만 오면 '위험지'로 변한다. 기후 위기로 폭우도 빈번해지면서 언제 어디에서라도 손 쓸 틈 없이 침수 위험을 당할 수 있다.

부산시 도시침수통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온천장역 북측(사고 지점에서 50여m 거리) 하천 수위는 오후 5시23분 '관심' 단계인 0.5m까지 오른 후 신고 시각인 5시48분에는 1.25m, 오후 6시15분 2.14m까지 치솟았다. 불과 1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4배 정도 오른 것이다.

전날 오후 5시부터 6시까지 온천천으로 연결되는 동래구에는 시간당 16㎜, 금정구는 36㎜의 비가 내렸다.

동그라미 친 부분이 A씨가 붙잡고 있었던 기둥으로 추정되는 곳. 2023.9.21/뉴스1 박상아 기자

주민들도 비가 오면 온천천에 물이 금방 불어나기 때문에 웬만해선 산책로 주변에 발을 들이지 않는다고 한다.

온천장 주민 서모씨(70대)는 "이곳은 비가 많이 오지 않은 날에도 금방 수위가 오르고 물살도 빨라 조금이라도 빗방울이 내려도 진입하면 안 되는 곳"이라고 경계했다.

사고 지점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B씨는 "남편이 사고를 목격했는데, 물에 떠내려가던 실종자의 얼굴이 계속 떠오른다고 하더라"며 "기둥을 잡느라 힘들어 보였고 다 포기하고 떠내려가는 표정이었다고 한다"고 아쉬워했다.

금정구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45분쯤 실종자로 추정되는 이로부터 구청 상황실에 신고 전화가 들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구 관계자는 "신고자가 '(산책로) 안쪽에서 걷고 있는데 물이 차오르고 있다'고 전해와 비상버튼 위치를 안내했고, 소방 상황실에 신고 전화를 했다"며 "신고자와 5시55분까지 통화했고 그 이후로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11일에는 사상구 학장천에서 하천 물살에 휩쓸린 60대 여성이 실종돼 지금까지도 찾지 못하고 있다.

실종 초반 하천 복개 구간 및 낙동강 유역에서 집중 수색을 벌였으나, 이달초 수색 작업도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호우특보가 내려지면 온천천이나 학장천이나 인도나 자전거 도로는 물에 금방 잠기기 일쑤다.

유속이 빨라 소방대원들도 쉽사리 물속으로 진입하기 어려운 점도 유의해야 한다.

소방은 헬기까지 투입해 저공비행으로 수색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발견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21일 오후 부산 동래구 온천천 산책로 일대에서 경찰이 전날 폭우로 불어난 물에 휩쓸려 실종된 여성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2023.9.21/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온천천의 경우 39개 출입로 차단시설이 있다. 전날에도 오후 5시28분 모든 차단기가 작동됐다는 게 구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러한 통제 조치에도 현장 관리 인력이 없어 하천 출입은 개인 '선택'에 맡겨야 한다. 구에서도 강제력이 없어 하천 안에 사람이 들어가도 일일이 통제할 수는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학장천보다 온천천이 상대적으로 구간이 넓어 수색 범위가 광범위하다는 점도 수색에 어려움을 더하는 점으로 꼽힌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호우특보 시 평소처럼 하천 수심이 얕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며 "도심하천 특성상 물이 순식간에 몰리기 때문에 한번 들어가면 대피하기도 어렵다. 가급적 비가 오면 산책로를 이용하지 않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학장천 실종 사고 이후 재난기금으로 133개소에 대해 차단시설 설치를 실시하고 있다"며 "이번 온천천 사고처럼 미처 하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임시 비상 탈출 사다리 설치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blackstam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