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후루가 뭐길래" 부산 도심 벌떼까지 등장…주변상점 '반입 금지령'
쓰레기 무단 투기 등 MZ 인기 간식 '탕후루' 길거리 환경 해쳐
환경전문가 "빅데이터 활용, 인력 확대 등 단속 실효성 높여야"
- 조아서 기자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벌들이 사라졌다더니 여기 있네요. 도심에서 이렇게 많은 벌은 처음 봐요."
최근 달콤한 맛과 바삭한 식감으로 MZ 인기간식에 등극한 '탕후루' 때문에 도심 곳곳에 쓰레기는 물론 벌레가 들끓어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0일 낮 1시30분께 부산 중구 부산BIFF거리, 광복로 패션거리 일대에는 작은 종이컵이 끼워진 꼬챙이가 길거리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탕후루를 먹고 난 뒤 잔해들이다.
탕후루는 귤, 거봉, 딸기, 샤인머스캣, 키위, 귤, 방울토마토 등 과일에 설탕시럽을 발라 굳혀 먹는 중국 간식이다.
얇게 굳힌 설탕시럽 때문에 바삭한 식감을 즐길 수 있지만 바사삭 깨진 시럽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곧장 끈적임을 만들어내곤 한다.
이날 광복로 거리에서는 길을 걸으며 탕후루를 먹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이중 일부는 뾰족한 꼬챙이를 이용해 길거리나 상점 앞에서 쌓인 상자에 꼽기도 했다.
광복로 일대에 위치한 탕후루 가게 3곳 앞에는 먹다가 떨어뜨린 과일조각들을 향해 개미 등 벌레가 꼬여 있었다. 한 탕후루 가게는 쓰레기통에 벌 10여마리가 꼬이자 벌레기피제(향)를 피우고 있었다. 가게 앞에서 벌을 발견한 손님들과 행인들은 깜짝 놀라 자리를 피하기도 했다.
액세서리 상점, 카페, 아이스크림 가게는 쇼윈도우에 '탕후루 반입금지'를 써 붙이기도 했다.
인근 상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은 "탕후루 상점을 앞을 지나다가 시럽을 밟은 손님들이 가게로 들어와 바닥을 더럽히거나 물티슈를 요구하는 일들이 잦다"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물걸레질을 해야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300m 거리 안에 탕후루 판매점 4곳이 몰려 있는 부산진구 부전동 서면 젊음의 거리도 탕후루 쓰레기로 골머리를 섞고 있다.
이날 서면 젊음의 거리를 지나던 한 시민은 "직장이 인근이라 이 길을 자주 오가는데 지날 때마다 신발에 껌이 붙은 듯 찐득거려 불쾌하다"면서 "버려진 긴 꼬챙이가 쓰레기봉투나 상자를 뚫고 나온 모습을 자주 봐서 환경미화원 분들이 다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고 우려했다.
관리 주체인 지자체에서도 이동식 CCTV, 경고문 부착, 단속반 정기점검 등 환경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효과를 보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민원발생 시 현장을 나가 단속을 하더라도 쓰레기를 무단으로 투기한 시민을 특정하기 어렵다"면서 "가게에 행정지도를 할 수 있으나, 특정업종에 대해 직접적인 제재를 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환경전문가는 단속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추종 부산자원순환시민센터 대표는 "일종의 길거리 음식인 탕후루로 인해 최근 거리에 쓰레기 무단투기가 늘고 있지만 홍보, 계도만으로 이를 해결하긴 어렵다"면서 "강력한 단속을 위해 민간단체 협력 모델을 구축해 단속원 인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빅데이터 분석으로 시간, 장소를 특정해 점검한다면 더욱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현행법 상 과태료가 시민들에게 크게 각성효과를 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과태료를 높이는 방법도 즉각적인 계도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aseo@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