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포럼] 논의 필요한 부산 페르소나

(부산ㆍ경남=뉴스1) 안병진 동서대 디자인대학 학장 = #1
KTX를 타고 2시간30분만에 부산역에 도착했다. 승강장에서 택시를 타고 "동서대학교로 부탁합니다"라고 말을 건넸다. 택시 기사 분은 늘 그렇듯 묵묵부답이다. 여느 때처럼 부산에 '왔구나'를 느낀다. 스피커에서는 요즈음 유행하는 트롯이 흘러나온다. 소리가 크다. 좀 줄여달라고 하려다가 까다로운 서울내기 될까봐 그냥 "꾹~!" 나이 드신 기사 분이 운전은 거칠기는 한데 솜씨는 유려하다. 끼어들기의 달인이다. 칼치기가 일품이다. 그런데 멀리가지 않아 옆 차와 시비가 붙었다. 큰 소리가 몇 번 오가더니 각자 가던 길을 간다. 역시, 다이나믹하다. '다이나믹 부산'이라는 도시슬로건이 와 닿는다.
#2
최근 부산의 도시브랜드가 '다이나믹 부산'에서 '부산이즈 굿'으로 바뀌었단다. 'Busan is Good'이란 현수막이 도시곳곳에서 보이고, 간간히 'BIG'이란 영문글자도 눈에 뛴다. 'Busan is Good'은 알겠는데 왜 BIG일까? 열심히 생각해보니 'Busan is Good'의 앞 글자를 활용한 것이라 유추해본다. 비약이 좀 심한 거 같다. 지난 연말부터 부산시는 부산의 브랜드를 바꾸는 과정을 밟고 봄에 결정하여 교체한다고 했다. 언론이나 여러 매체에서 보도되는 것을 지켜보며 이렇게 빨리 도시브랜드를 바꾸다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쩌나하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고 나 또한 걱정과 함께 내심 잘되길 바랄 뿐이었다. 그런데 의미는 그렇다 해도 가독성에, 조형성에, 유사성에…. 앞으로 10년은 족히 보고 살아야 되는데 정붙이고 살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3
대체휴일, 모처럼 일찍 아파트 주차장을 나서며 어디로 갈까? 우측으로 핸들을 돌리면 부산항대교의 롤러코스터 급 진입로를 통과해 원 도심으로 향하여 광복동 칼국수, 영도 카페들과 서면 쪽 황령터널을 지나서는 전포동 설렁탕을 맛보고 즐길 수 있다. 성수동에서도 줄을 서는 '아더에러'에서는 핫한 사람들의 트렌드를 엿본다. 핸들을 좌측으로 돌리면 해운대 도시어촌 청사포 카페, 기장 해물매운탕, '이케아' 무한 리필(?) 커피가 기다리고 있다. 15분이면 여행객이 되는 멋진 도시어촌에 도착한다. 생 아구탕, 멍게비빔밥, 전복죽! 아~ 부산살기 잘한 거 같다.
그런데 부산의 '페르소나(persona)', 다시 말해 '멀티 페르소나'에 대한 좀 더 다각적이고 심도 있는 논의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싶다. 제주도는 뛰어난 환경에 '쏘쿨(so cool)'한 사람들로 그 모습에 반한 육지 사람들이 한 달 살기, 일 년 살기를 버킷 리스트에 담고 손꼽으며 준비하여 실행한다. 상대적으로 대도시의 면모가 부각된 부산은 제주도에 비해 버킷 리스트까지 오르긴 어려운거 같다. 왜일까?
자녀의 어린 시절에 잠들기 전, 머리맡 동화책을 읽어주었던 어른들이라면 기억이 날 것이다. 많은 아이들이 같은 동화책을 수도 없이 읽어달라고 조르는 일이 있었던 것을 말이다. 이유는 아이가 '아직도' 그 동화책에 궁금한 게 남아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자신의 궁금증이 해소가 되면 다른 책으로 넘어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만큼 동화책의 매력에 빠졌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도시도 그렇다. 한 달 살기나 일 년 살기는 그 도시에 매료되어 며칠의 시간으로는 궁금증이 풀리지 않아 시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여 모험을 나서겠다는 각오의 실행이다. 그렇다면 궁금증을 자아내고 알고 싶은 도시의 요건은 무엇일까? 이 지점에서 우리는 현재 실행중인 공공디자인을 고민해야 한다.
기실 부산은 다 갖고 있다. 훌륭한 인적 물적 자원을 품은 우리 부산이 좀 더 세련되게 어필(appeal) 할 수 있는 체계적 환경이 시급하다. 공공디자이너로서 이 부분은 기회가 된다면 좀 더 세밀하게 다루도록 하겠다. 아쉬운 마음에 '치트 키'를 하나 공개한다면 공공디자인으로 매력적인 도시로 거듭나는 데에는 '자세' '매너' '태도' '예의' '애티튜드'에서 시작하여 확장되어지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이에 걸 맞는 시민의 모습을 함께 노력하여 갖추어야 할 것이다. 세계시민의 버킷 리스트에 부산이 담기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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