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졌다 하면 대형"…부산 잇단 고령운전자 사고, 대안 없을까

부산, '100명 중 25명' 고령운전자 유발 사고로 숨져
면허반납·조건부 면허 주목…"고령자 스스로 경각심 가져야"

지난해 12월30일 낮 12시30분쯤 부산 연제구 연산동 홈플러스 5층 주차장에서 70대 남성이 몰던 택시가 건물 밖 도로로 추락해 운행 중인 차량을 덮쳤다.(독자 제공)2021.12.30/뉴스1

(부산=뉴스1) 이유진 기자 = 최근 부산에서 고령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로 인한 대형 교통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면허 반납제도, 조건부 면허제도 등 고령 운전자에 대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3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낮 12시30분쯤 부산 홈플러스 연산점 5층 주차장에서 70대가 몰던 택시가 외벽을 뚫고 튀어나와 차도를 덮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택시 기사 A씨(70대)가 사망하고 운전자 5명, 보행자 2명 등 7명이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차량 15대가 부서지거나 손상됐다.

같은 달 22일 오후 1시10분쯤 부산 수영팔도시장 앞에서는 80대가 몰던 승용차가 주차된 다른 승용차를 충격하고 유모차를 밀던 60대 여성과 야쿠르트 전동차를 잇달아 들이받았다.

60대 여성은 현장에서 숨지고, 18개월 유아는 유모차에서 튕겨나가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목숨을 잃었다.

같은달 8일 오후 3시15분쯤에는 부산 해운대구 중동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70대가 몰던 승용차가 벽면을 들이받았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지난해 9월에는 부산 서면교차로 인근 8차선 도로에서 80대가 몰던 승용차가 중앙분리대를 뚫고 반대편 차선으로 돌진해 마을버스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마을버스 승객 등 9명이 다쳤다.

지난해 잇달아 발생한 대형사고들의 공통점은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라는 점이다.

현재 대형마트 주차장 사고와 수영팔도시장 사고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감식이 진행 중이라 고령 운전자 과실로 인한 사고라 단정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매년 만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는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23일 오후 부산 수영구 수영팔도시장 입구에 교통사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꽃다발, 편지, 간식, 소화기 등 추모물품이 쌓여 있다.2021.12.23/ ⓒ 뉴스1 이유진 기자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만 65세 이상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는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1만3596건에서 매년 증가해 2014년 2만275건으로 2만건대를 돌파했다. 이후 2015년 2만3063건에서 2018년 3만12건으로 늘어난 뒤 3년 연속 3만건대를 기록하고 있다. 2020년에는 3만1072건이 발생해 2011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었다.

2020년도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전국 720명으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3081명의 약 23.4%를 차지했다.

부산에서는 2020년도 교통사고로 사망한 100명 중 25명이 고령 운전자가 유발한 사고로 숨졌다.

언제든 위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도로 위 운전에서는 반사적인 긴급대응이 필요하지만 시력이나 순발력이 떨어지는 고령 운전자에게 이런 방어운전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한국교통연구원은 만 65세 이상 면허 소지자가 2025년 618만명에서 2040년 1895만명까지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산은 2018년부터 만 65세 이상 운전자 비율이 꾸준히 증가해 2021년 기준 27만521명으로 부산 전체 인구의 13.4%를 차지했다.

부산시는 면허를 자진 반납한 고령 운전자에게 10만원이 충전된 교통카드를 지급하고 있지만, 1회 지급에 그쳐 반납률은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2019년 9846명의 고령 운전자가 면허를 자진 반납했으나 이후 매년 그 수가 감소해 2021년 4822명으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에 교통카드 금액을 10만원에서 15만원으로 확대하는 방안과 홍보를 병행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2월30일 낮 12시30분쯤 부산 연제구 연산동 홈플러스 5층 주차장에서 70대 남성이 몰던 택시가 건물 벽을 뚫고 신호대기 중인 차량들 위로 추락했다.(부산경찰청 제공)2021.12.30/뉴스1

최근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경찰청은 2025년 일정한 안전장치와 제한 등을 부여한 ‘고령자 조건부 운전면허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3년간 가상현실(VR) 기반 운전 적합성 평가 방안을 연구·개발한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 등 해외에서는 이미 고령 운전자 조건부 면허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고령자가 긴급제동 장치를 설치한 차량만 운행할 수 있도록 하거나 주간운전, 자택 기준 일정거리 내 운전 등만 허용하는 식이다.

최재원 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교수는 “면허 반납제도의 경우 일본처럼 대중교통 요금을 받지 않거나 온천 이용료 할인 등 혜택을 확대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고령자도 이동권이 보장되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면허를 반납하라고 할 수는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령자 스스로 신체적 변화나 이상반응을 느낄 때 운전대를 내려 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현재 도입을 추진 중인 조건부 면허제도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일정거리에서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 차량 스스로 정지하게 하는 장치 등 설치 비용을 정부에서 지원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oojin7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