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탓에 반토막난 예체능 실기 강의시수…교육질 저하 ‘뻔해’
강의료 반토막 내놓고…“교육 질 떨어지면 교수 자질 문제”
학생들 “2학기 교수전담 실기수업 인원 감소…벌써 여파”
- 조아현 기자
(부산ㆍ경남=뉴스1) 조아현 기자 = 부산대학교가 재정악화를 이유로 예술대학과 체육계열 실기수업 강의 시수를 줄인데 대해 교수들은 물론 학생들까지 반발하고 나서 후폭풍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시간강사의 전체 강의료와 전임교원의 초과강의료를 1/2로 반토막 내는 이번 강의시수 개정안은 다소 이례적이다. 부산에서 대표성을 띄는 부산대가 이같은 결정을 내리면서 타 국립대 또는 사립대까지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학생들은 의사결정 구성원에서 자신들을 배제시키고 일방적인 통보로 일관하는 대학의 태도에 분노를 표한다. 실제로 예술대학에서는 서울에서 초빙했던 강사 수업을 더이상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재정난을 이유로 시간강사 강의료를 1/2로 삭감한 마당에 반토막 난 돈으로 수준있는 외부강사를 섭외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부산대 예술대학에 재학중인 한 학생은 "부산에서 배우기 힘든 특수악기의 경우 서울에 있는 강사를 초빙하는데 강의료 임금을 반으로 삭감한다면 출강이 불가능한 교수들이 생기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며 "직접적인 피해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우려했다.
◇내년 1학기부터 시간강사 강의료 반토막…배 가라앉는데 약자부터 내던지는 꼴
부산대는 지난 달 31일 열린 교무회의에서 특수강의(실험·실습·실기과목) 시수 조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기존에 시간단위로 인정하던 예체능 실기과목 수업시수를 0.5 시수만 인정하고 시간강사 강의료 또한 시수만큼만 지급하겠다는 내용을 담고있다.
대학본부는 교무회의를 통해 시간강사 강의료 지급규정에 있는 '예술대학 전 학과와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및 스포츠과학부의 실기지도와 교양체육은 보통 강의 시간과 동일하게 계산한다'는 조항을 삭제했다.
이로인해 부산대 △한국음악학과 △음악학과 △무용학과 △미술학과 △조형학과 △스포츠과학부 △체육교육학과 시간강사들의 실기수업 강의료는 2019년 1학기부터 규정에 따라 절반으로 삭감된다.
이같은 개정안은 부산지역 대학에서도 이례적이다. 재정악화를 이유로 예술대학 일부 학과를 폐과한 타 대학에서조차 시간강사 강의료는 전임교원과 같이 시간단위로 시수를 인정한다.
부산대는 10년째 계속되는 등록금 동결로 인한 '재정난'을 호소한다. 학생 등록금 대비 교육비에 들어가는 예산비율이 공과대학은 2%에 불과하지만 예술대학은 45% 가까이 된다는 내부 통계자료를 토대로 교육비 투자 비중을 일부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시간강사들은 거세게 반발한다. 이들은 17일 오후 故고현철 교수 3주기 추모식이 열리는 부산대 10.16 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월급도 받고, 수당도 받고, 퇴직금도 받고, 교육연구활동비도 받는 전임교원들은 초과 강의료만 1/2로 삭감하면서 월급도, 연금도, 교연비도, 초과강의료도 없는 시간강사들의 강의료를 절반씩이나 삭감한 것은 대학본부의 도덕적 타락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개정안을 즉각 폐기할 것을 요구했다.
◇학생들 항의시위·공청회 요구에 부산대 "너희들이 낄 문제 아냐"
학생들은 현실을 뛰어넘어 보다 높은 가치를 표현하고자 예술을 시작했음에도 결국 '돈'때문에 느껴야하는 무력감과 절망감에 빠져 있었다.
전임교수들이 맡아 실기수업을 진행하는 수강생 배정인원도 2학기부터는 눈에 띄게 줄었다고 증언한다. 이 때문에 전임교원들의 초과강의료가 1/2 삭감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그 여파가 벌써부터 나타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재학생들은 실기수업 시수 조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요청하고 항의시위를 진행했지만 대학은 '학생들이 낄 문제가 아니다'라는 답변만 내놨다.
'시간강사들의 강의료만 삭감될 뿐 수업시간은 유지되기 때문에 학생들은 피해가 없다. 강의료가 삭감된다고 수업질이 떨어진다면 이는 강사의 자질 문제'라는 논리였다.
음악학과에 다니는 한 학생은 "학교의 일방적인 통보에 실망했다"며 "학교는 학생들에게 수업시간은 그대로인데 왜 피해를 받는다고 생각하느냐고 하지만 이는 대학 구성원들의 내부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상대적 약자인)시간강사들의 강의료부터 삭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예체능 계열 학생들이 가까운 미래에 시간강사 자리를 거쳐가야 할 수도 있다"며 "임금을 반으로 삭감하는 행위는 일자리 질을 저하시키는 것과도 같다"고 강조했다.
부산대 피아노학과에 재학중인 학생들은 "예술은 그 어떤 학문보다 더 높은 가치와 이상을 추구한다. 인간 내면의 깊은 고찰로부터 출발해 그 과정들을 점검받으며 또다른 세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바로 레슨"이라며 "경제적 논리보다 배움과 진리를 우선적으로 추구해야 마땅할 학교가 더이상 학생들에게 참된 가치를 전달하지 못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한편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부산대분회는 노조의 동의없이 시간강사 근로조건과 직결되는 실기수업 시수 개정안이 지난 달 31일 교무회의에서 통과된 것을 두고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에 근거한 단체협약 위반'으로 규정했다.
부산대분회는 대학이 개정안을 즉각 폐기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창구를 마련하지 않을 경우 단체협약 위반 혐의로 전호환 부산대 총장을 고용노동부에 고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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