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직불·도난카드로 162억 카드깡 시도…20명 검거

“2차대전 유족보상금 수조원 돈세탁"가맹점 꼬드겨

피의자 일당이 카드단말기에서 승인된 매출전표가 나왔는데도 카드사에서 결제를 보류시키자 다시 결제를 청구하기 위해 카드번호를 하나씩 붙여 변조한 모습.(부산지방경찰청 제공).ⓒ News1

(부산ㆍ경남=뉴스1) 조아현 기자 = 중국에 있는 국제사기단으로부터 해외은행 직불카드나 도난카드를 공급받아 국내에서 162억원 상당의 카드깡을 시도한 중국인과 말레이시아인, 한국인 등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국내 현금카드의 경우 계좌에 예금액이 들어있어야 곧바로 결제가 되지만 해외 직불카드는 선결제 이후 현금이 오가는 처리기간이 며칠에 걸쳐 이뤄진다는 점을 이용했다.

부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30일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로 해외총책 중국인 A씨(41), 국내총책 조선족 B씨(47), 카드깡 가맹점주 모집총책 한국인 C씨(53), 해외직불카드 명의자 말레이시아인 D씨(40)등 4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또 가맹점주 모집역할을 한 E씨(44)와 국내가맹점주 F씨(49)등 16명을 함께 입건했다.

이들은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일반적인 카드단말기에 마그네틱 부위를 접촉시키는 '긁는' 방식이 아니라 카드번호와 승인번호 6자리를 직접 입력해 카드결제 대행업체로부터 승인을 받아내는 '오프라인 결제방법'을 통해 10차례에 걸쳐 162억 2000만원 상당의 카드깡을 시도한 혐의를 받고있다.

피의자 일당이 해외직불카드 번호와 승인번호를 입력해 카드깡으로 발급받은 허위매출전표.(부산지방경찰청 제공).ⓒ News1

경찰조사 결과 해외총책인 A씨는 홍콩에서 모 한중교류협회 대외이사직을 맡아 활동하면서 국내 사정에 밝은 중국인 조선족 B씨를 만나 오프라인 결제방법을 알려주고 국내에서 카드깡을 하면 현금화한 금액을 서로 나누기로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총책인 B씨는 한국인 C씨에게 매출액에서 소개비 10%를 떼어주는 대가로 카드깡 가맹점주 모집을 지시했다.

C씨는 군대 후배와 사회후배를 통해 소개받은 중고수입차 매장, 금은방, 해산물도매업체, 여행사, 교회, 사찰 등 가맹업주들에게 카드매출액 가운데 가맹점 몫인 수수료 30%를 보장해주는 조건으로 카드깡을 시도했다.

C씨는 가맹업주들을 상대로 '2차 세계대전 유족보상금 가운데 찾아가지 않고 은행에 남아있는 돈과 세계 각국 은행의 소수점 이하 예금을 해킹한 돈이 수 조원가량 되는데 한국에서 돈세탁해서 현금화하려고 한다'고 속여 범행에 가담하도록 꼬드겼다.

범행에 주로 사용된 카드는 말레이시아, 태국, 영국, 브라질 카드 등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카드깡을 시도한 뒤 카드결제가 승인돼 매출전표가 출력됐는데도 다음날 해당 카드회사에서 결제를 취소시키자 또다시 압인용 매출전표로 결제청구를 하려고 시도했다.

카드단말기 관리회사에서는 매출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승인처리 했지만 정작 카드사에서는 해외직불카드인데다 마그네틱으로 긁지 않고 카드번호와 승인번호만 입력하자 수상하게 여겨 승인을 '보류'시킨 것이다.

이들은 카드사의 승인 보류로 범행에 실패하자, 원본카드에 프린트된 번호를 벗겨내고 순간접착제로 카드번호를 하나씩 붙여 볼록문자가 새겨진 카드로 변조해 또다시 범행을 시도하려다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은 해외은행 직불카드 정보와 카드 명의자 정보를 공급해주는 상위조직이 유럽에 있을 것으로 보고 국제공조수사로 확대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복제가 어려운 IC카드 보급률이 99%에 달한 국내에서 오프라인 결제 방식으로는 정상 카드승인이 되지 않지만 해외은행직불카드로 오프라인 결제를 시도하려는 자가 있다면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choah45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