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티 게이트' 비리 수사…맥 못 짚고 흘러가나

이영복 회장 21일 첫 공판

부산 엘시티 건설현장 ⓒ News1 여주연 기자

(부산ㆍ경남=뉴스1) 김항주 기자 = ‘건설리비 종합백과사전’으로 불리는 해운대 엘시티(LCT) 사업 비리를 수사중인 검찰은 현재 막다른 골목을 만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

◇檢, '엘시티 게이트' 연루 인사들 '입' 때문에 답답

검찰은 지난 달 28일 엘시티사업 비리의 ‘키맨’ 이영복 회장(66)에 대해 회삿돈 705억원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특가법상 횡령·사기)로 1차 기소한 뒤 추가 범죄혐의를 포착하지 못하고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57) 등으로 칼끝을 돌렸다.

검찰은 이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현기환 전 수석을 뇌물수수,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하면서 엘시티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것처럼 보였으나 현 전 수석이 검찰조사에서 혐의 자체를 부인하고 있어 애를 먹고 있다.

또 2008~2013년 엘시티 총괄 프로젝트매니저(PM)와 엘시티AMC 사장 등을 지낸 정기룡 전 부산시 경제특보를 두 차례 소환조사했지만, 엘시티사업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각종 특혜성 인·허가와의 관계를 입증하지 못했고 신병확보(구속)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때문에 1990년대 후반 터졌던 다대·만덕 택지전환 의혹 사건처럼 유야무야 끝나는 게 아닌가라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은 이 회장을 수시로 불러 강도 높은 조사를 했지만, 이 회장은 “정관계, 법조계 인사들과 술, 식사, 골프 등을 한 비용을 계산한 적은 있으나 돈으로 직접 사업과 관련된 로비를 한 적은 없다”며 ‘로비 의혹’에 대해 일체 부인하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부산지검이 엘시티 비리 수사와 관련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여기저기를 찔러보고 있다”며 “그런데 정작 결과물이 나와야하는 시점인데도 뚜렷하게 밝혀진 게 없어 앞으로의 수사 진행에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하고 있다.

지역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엘시티는 인·허가 과정에서도 교통영향평가와 환경영향평가 항목이 빠지는 것은 물론 바다 조망권을 해치지 않도록 관광시설용지 건물높이를 60m로 제한했던 규제마저 풀린 점은 로비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또 “중국건설사와 금전문제 때문에 중단된 엘시티 공사에 갑자기 포스코 건설이 ‘책임준공’이라는 부담을 안고 시공사로 참여한 점, 이를 계기로 이 회장은 BNK 금융그룹 계열사들로부터 1조7800억원 규모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약정을 받게 된 점 등은 상식선에서 이뤄진 게 아니다”고 보고 있다.

부산 해운대 엘시티 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부산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임관혁)는 17일 오후 부산시 정기룡 경제특보 사무실을 압수수색 했다. 수사관들이 압수품을 싣고 시청을 나서고 있다. 정 특보는 지난 2008년부터 엘시티AMC에 프로젝트 매니저로 파트 타임 근무를 하다 2010년 말 사장직에 올라 2013년 여름까지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2016.11.17/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의혹 투성이 엘시티에 손 댄 檢…초기부터 지지부진

수많은 건설 특혜 의혹을 낳았던 엘시티 사업에 대해 부산지검 동부지청이 지난 3월 내사를 시작했고, 7월 21일 엘시티 측이 금융권으로부터 PF대출을 편법으로 받은 혐의와 각종 특혜성 인·허가 의혹과 관련해 부산과 서울지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검찰은 이 회장의 최측근인 박모 전 청안건설 대표(53)를 이 회장과 공모해 570억원 상당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특가법상 횡령 등)로 지난 8월 10일 구속했고, 이후 이 회장의 신병확보에 나섰으나 실패했다.

검찰은 엘시티 사업 비리의 ‘키맨’인 이 회장을 특가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지명수배했지만, 이미 이 회장은 자취를 감췄다.

이후 검찰은 엘시티 측으로부터 480억원 규모의 설계용역을 받고 난 뒤, 이 중 125억원을 이 회장에게 전달한 혐의(특가법상 횡령)로 손모 전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사장(64) 등 2명을 구속했다.

검찰의 엘시티 비리 수사는 순탄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였으나, 이 회장의 신병이 확보되지 않아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난 10월 11일 부산고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부산·대구고검 및 산하지검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로부터 “현재 이 회장을 검찰이 지명수배 중인데 공개수배로 전환해 경찰 지원을 받는 등 모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왜 이 회장을 못 잡고 있는지, 검찰의 수사의지가 부족해서 못 잡는 것 아니냐”는 추궁을 당했다.

당시 황철규 부산지검장은 “동부지청 엘시티 수사 건을 부산지검 특수부로 이관, 지검 특수부 인력 보충 등을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수사팀 이첩, 엘시티 수사의 새로운 출발

부산지검은 지난 10월 24일 동부지청으로부터 엘시티 관련사건 일체를 이첩받아 특수부(부장검사 임관혁)에 배당했다.

윤대진 2차장검사는 부산지검으로 엘시티 사건이 이첩된 경위에 대해 “엘시티 관련 수사팀 확대는 그동안 검찰이 엘시티 수사과정에서 거액의 비자금 조성·횡령혐의를 포착했다”며 “총 사업비가 수조원대에 달하는 엘시티 사업을 둘러싼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보다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수사인력은 기존 동부지청 수사팀 검사 3명에, 부산지검 특수부 부장 및 검사 4명, 수사관 등 모두 30여명으로 확대 개편됐다.

엘시티 비리 수사팀이 편성된 지 3일 만인 지난 27일 엘시티 비리의 핵심 피의자인 이 회장과 이 회장의 도피를 돕는 수행비서 장민우씨(41)를 공개수배하며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그동안 여러 명의 도움을 받아 수시로 은신처, 차량, 대포폰을 바꿔가며 용의주도하게 도피 중인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지난달 7일 이 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범인도피)로 서울의 한 유흥주점 직원 전모씨(40)를 구속했고, 다음날 특가법상 사기·횡령 등의 혐의로 엘시티 분양대행사 대표 최모씨(50)를 구속했다.

해운대 엘시티 사업과 관련해 500억원 이상의 회삿돈을 빼돌린 후 잠적한 엘시티(LCT) 시행사 실소유주 이영복 회장이 지난 10일 오후 9시께 서울 R호텔 인근에서 경찰에 검거된 이후 부산으로 압송돼 11일 오전 3시20분께 부산지검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난 뒤 검찰조사를 받으러 가고 있다.2016.11.11/뉴스1 ⓒ News1 김항주 기자

◇이영복 검거, 檢 수사 급물살(?)…변죽만 울려

지난 11월 10일 검찰의 포위망을 100일 가량 피해 다닌 이 회장이 갑자기 서울에서 검거됐고 부산지검 관계자들에 의해 이 회장은 다음날 새벽 부산지검에 도착했다.

검찰은 곧바로 이 회장을 회삿돈 570억원 상당을 빼돌린 혐의(특가법상 횡령·사기)로 구속했고, 17일 검찰은 이 회장과 ‘국정농단’의 주범 최순실씨(60)가 천만원대 ‘황제계’를 함께 한 사실을 확인하고 서울에 있는 계주의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듯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회장과 최순실·순득 자매와 같은 계원인 사실만 확인하고 엘시티 사업 비리와의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같은날 검찰은 엘시티에서 근무했던 정 전 특보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며, 정 전 특보가 특보로 재직할 당시(2014년 9월~지난달 18일) 엘시티 사업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특혜성 인·허가 의혹 간의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불똥이 튈 것을 염려한 정 특보는 결국 21일 특보직에서 물러났다.

검찰은 이 회장의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전국 골프장에서 이 회장이 지출한 내역을 확보하고, 지난달 19일 전국 골프장 7곳을 압수수색하고, 압수수색에서 제외된 다른 7곳에 대해서는 골프장 내장객 명단을 요청해 받은 뒤 분석에 들어갔다.

◇엘시티에 현기환 전 靑 수석 등장…굳게 닫힌 '입'

그 결과 검찰은 현 전 수석, 황태현 전 포스코건설 사장, 성세환 부산은행장, 이장호 전 부산은행장, 정 전 특보, 이영활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김종해 전 부산시 행정부시장 등이 이 회장과 골프회동을 가진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달 22일 현 전 수석의 서울 목동 자택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이는 한편, 현 전 수석의 출국을 금지했다.

해운대 엘시티(LCT) 비리 연루 의혹을 받는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1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알선수재, 뇌물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가 인정돼 구속됐다. 이 사진은 지난달 29일 검찰 소환 모습. 2016.12.1/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29일 검찰에 소환된 현 전 수석은 “이영복 회장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인간적인 관계일 뿐이다”며 “이 회장이 추진해온 엘시티 사업과 관련해 어떠한 청탁이나 압력도 행사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도피를 협조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다음날 검찰은 현 전 수석에 대해 뇌물수수,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영장이 청구되기 직전에 현 전 수석이 커터칼로 왼쪽 손목을 두 차례 그어 자해소동을 벌였지만, 결국 현 전 수석은 지난 1일 구속됐다.

검찰은 현 전 수석이 엘시티 사업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다고 보고 조사를 벌이려고 했지만, 현 전 수석이 부산구치소에 있으면서 계속해서 “몸이 아프다”며 검찰소환에 불응했고, 결국 검찰이 강제구인을 하려고하자 검찰소환에 응해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이 회장이 회삿돈을 빼돌려 조성한 705억원(570억원에서 추가로 확인) 상당 규모의 비자금 중 50억원 상당을 현 전 수석에게 건넨 것으로 보고 집중 추궁했으나, 현 전 수석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전면 부인했다.

12일 오전 해운대 엘시티(LCT) 시행사 엘시티AMC 대표를 지낸 정기룡(59) 부산시 전 경제특보가 피의자 신분으로 부산지검에 출두하고 있다. 2016.12.12/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엘시티 자산담당했던 정기룡 전 특보…'혐의부인'

지난 12일 검찰은 서 시장의 최측근 정 전 특보를 재소환해 엘시티 측으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 수천만원을 사용한 혐의(뇌물수수)에 대해 추궁했지만, 정 전 특보는 “이 회장 측으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 사용한 것은 인정한다”며 “다만 퇴직금 명목으로 받은 것이고, 엘시티 사업과 관련해 받은 것은 아니다”고 진술했다.

정 전 특보가 “대가성이 없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어 검찰이 신병확보에 어려움이 겪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수사를 하면서 부산은행본점, 부산지역 전 국정원 간부, 부산시 전 건설국장, 부산지역 유력 국회의원 등의 계좌 및 자택, 사무실 등지를 압수수색했지만 엘시티 사업 비리와 관련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달 28일 이 회장을 특가법상 횡령·사기 혐의로 1차 기소한 이후, 16일 현재까지 추가 혐의를 찾지 못해 2차 기소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회장의 과 박 전 대표의 첫 공판은 21일 부산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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