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용 면세유 9억대 빼돌려 학원·관광버스 연료 공급

26일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선박용 해상 면세유를 학원 통학차량과 관광버스 연료로 불법 유통시키거나 섬유업체, 지역난방용 소형발전소까지 헐값에 판매한 일당 12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부산항 부두에서 몰래 빼돌린 뒷기름을 차량에 싣고나오는 모습.(부산지방경찰청 제공)ⓒ News1
26일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선박용 해상 면세유를 학원 통학차량과 관광버스 연료로 불법 유통시키거나 섬유업체, 지역난방용 소형발전소까지 헐값에 판매한 일당 12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부산항 부두에서 몰래 빼돌린 뒷기름을 차량에 싣고나오는 모습.(부산지방경찰청 제공)ⓒ News1

(부산ㆍ경남=뉴스1) 조아현 기자 = 선박용으로 쓰이는 해상 면세유를 빼돌려 통학용 학원버스와 관광버스 연료로 불법 유통시킨 일당이 무더기로 경찰에 검거됐다.

부산지방경찰청 해양범죄수사대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위반 혐의로 해상면세유 공급 담당 박모씨(54)와 판매책 진모씨(37)등 3명을 구속했다고 26일 밝혔다.

또 선박용 경유를 학원 버스와 관광버스 연료로 내다판 무등록 석유판매업자 정모씨(57) 등 9명을 함께 입건했다.

박씨 등은 지난 해 6월부터 7월까지 한 달 동안 외국항행 선박이나 원양어선 연료로 쓰이는 선박용 해상 면세유 141만ℓ(시가 9억 8000만원 상당)를 통학용 학원버스와 관광버스, 섬유업체, 지역난방용 소형발전소에 연료용으로 내다판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해상 면세유를 공급한 A업체 대표 박씨는 부산항에서 급유선들이 주문받은 기름을 외항선에 전량 급유하지 않고 몰래 빼돌렸던 '선박용 벙커C유'를 헐값에 구매한 뒤 수도권 지역 무등록 석유판매업자들에게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와 인천 지역 관광버스 운전기사 정모씨(57) 6명은 이런 방식으로 구매한 선박용 경유(MGO)를 또다시 통학용 학원버스와 관광버스 연료로 유통시켰다.

판매업자들은 환경세가 없는 선박용 경유(572원/ℓ,2015년 6~7월 평균가)가 자동차용 경유(1229원/ℓ,2015년 6~7월 평균가) 보다 리터당 가격이 절반에 불과하는 사실을 알고 차액을 노려 통학용 학원버스와 관광버스에 불법으로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선박용 경유는 자동차용 경유보다 유황 함유량이 약 20배나 높아 연소 도중 산소와 결합하면 이산화황으로 변해 미세먼지나 대기오염을 유발하고 특히 차량에 쓰일 경우 엔진 결함 또는 배기계통 부식을 일으킨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선박용 경유는 싼 값에 보일러 연료를 사용하는 산업시설 전반까지 파고들었다.

경기도 포천 석유판매업체 B사 대표 진씨는 선박용 벙커C유 53만 8000ℓ를 사들여 포천과 연천, 양주지역에 있는 석유염색업체 보일러 가동용 연료로 다시 내다판 것으로 조사됐다.

경남 김해에 있는 한 폐기물종합재활용업체 대표 이모씨(46)의 경우 선박용 벙커C유 63만ℓ를 헐값에 구매해 육상용 정품 벙커C유 보다 약 30% 싼 가격에 난방을 공급하는 증기 및 전기발전 판매업체에 유통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선박용 고유황 벙커C유 또한 육상용 저유황 벙커C유보다 황 함유량이 약 13배나 많고 육상에서 사용할 경우 황산화물이 심각한 대기오염을 일으켜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영세 섬유염색업체와 화훼단지 사업주들은 연료비 절감 등을 이유로 꾸준히 선박용 고유황 벙커C유를 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외항선이나 원양어선에서 빼돌린 해상 면세유는 '장물' 특성상 싼 값에 공급받아 정품 석유의 약 70~80%에 달하는 가격에 다시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불법순환고리가 만들어져 부산, 인천, 여수, 평택항 등 국제 무역항에서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반복적으로 뒷거래가 이뤄지는 선박용 해상면세유는 조세포탈, 석유제품 유통질서 교란, 대기환경오염 가중 등 사회적 병폐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현행 석유사업법에서는 선박용 기름이 다른 용도로 반출되거나 이를 취득해도 벌칙규정이 없어 악용하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관계기관 부처에 처벌 규정 신설과 관련해 석유사업법 개정을 요구하는 한편 해상 면세유 공급과 유통을 담당한 박씨에게 뒷기름을 준 선박 또는 급유업체를 추적 수사하고 있다.

choah45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