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도시철도, 여성 배려 없는 '휴지통 없는 화장실'

부산 사직역 내 여자화장실 입구ⓒ News1
부산 사직역 내 여자화장실 입구ⓒ News1

(부산=뉴스1) 김민경 기자 = ‘휴지통 없는 화장실’에도 휴지통이 필요하다'

남자화장실과 달리 여자화장실에서는 사용한 휴지 외에 위생용품이나 기저귀 등의 쓰레기가 생긴다.

부산교통공사가 이에 대한 배려없이 일괄적으로 ‘휴지통 없는 화장실’ 정책을 실시, 여성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부산교통공사는 3개월 동안 10개의 역사에서 시범 운영기간을 거친 뒤, 지난 9월부터 부산도시철도 4개 노선 108개 역사의 453개 화장실에 설치된 휴지통 1474개를 철거했다.

사용한 휴지는 변기에 버리도록 하는 ‘휴지통 없는 화장실’을 전 역사로 확대· 운영한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공중화장실 휴지통을 찍은 동영상 ‘코리안 토일렛 페이퍼(Korean toilet paper)’의 유튜브 조회수가 20만건에 달하는 등 화장실 문화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부산에서도 나온 데 따른 전략적인 조치였다.

현재 공사는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성·장애인 화장실에 위생용품 수거용 휴지통을 1개씩 비치하고, 화장실 입구에는 일반쓰레기를 버릴 수 있도록 대형휴지통을 설치한다는 방침을 두고 있다.

21일 부산 서면역에서 만난 청소노동자 이유순(58)씨는 “세면대 옆에 여성용 위생용품 휴지통이 비치된 사실을 미처 몰라, 변기에 올려두거나 뒤쪽에 숨겨두는 경우가 간혹 있다” 고 말했다.

화장실을 이용한 한 여성은 "많은 사람들이 화장실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사용한 위생용품을 들고 나오기가 민망했고 또 화장실마다 한개씩 비치되어있다는 휴지통을 찾기도 어려웠다"며 "아무리 화장실 문화 개선을 위한 사업이라지만 사용자의 입장도 생각해줘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부산도시철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처음엔 여자화장실 각 칸 마다 위생용품 스티커를 붙인 작은 휴지통을 비치했다"며 "그런데 음식물쓰레기를 비롯한 생활쓰레기를 버리는 경우가 많아 없앴다”고 말했다.

공사의 이같은 방침에 여성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갓난아이의 기저귀를 갈거나 위생용품을 사용하기 위해 화장실을 찾은 여성들 상당수가 불쾌함을 내비치며 개선을 요구했다.

현재 부산보다 5개월 앞선 지난 4월부터 ‘휴지통 없는 화장실’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도시철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화장실 각 칸마다 자체 제작한 위생용품 수거함을 설치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위생용품 수거함뿐만이 아니다. 부산교통공사의 휴지통 비치 방침과 달리 지하철역 안 장애인 화장실 5곳 중 3곳에는 위생용품 쓰레기통이 아예 없었다.

화장실 출입구에도 커다란 쓰레기통이 아닌 일반 가정용 작은 쓰레기통만 놓여 있었다.

'휴지통 없는 화장실' 시행으로 오물이 묻은 휴지의 양이 90% 이상 줄어 제도가 성공적이라는 평도 나온다. 그러나 여전히 일반시민들,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는 '개선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금이 정책을 시행하는 과도기적인 단계이기 때문에 시민들이 불편해하는 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개선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당장 서울도시철도처럼 화장실 각 칸 마다 위생용품 수거함을 설치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tmk86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