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을 말고 도시재생"…부산 안창마을 '부글부글'
"내 '가난' 구경거리 되는 것 싫어"
"구에서 우리마을 외면한다"
- 금재은 기자
(부산ㆍ경남=뉴스1) 금재은 기자 = 부산 진구와 동구 일대의 안창마을 주민들이 '감천문화마을 같은 관광객들을 위한 보여주기식 보존은 안된다'며 주민들의 삶이 나아지는 도시재생사업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구청은 '예산이 부족하다'며 주민들의 요구를 묵살해 갈등을 빚고 있다.
18일 현지에서 만난 한 주민은 “주거환경 개선을 수 십년 간 요구해도 구청은 무시하고 있다"며 "구청은 예술마을을 만든다는데 이것은 우리 마을의 낙후된 모습을 구경거리로 만들려는 시도"라고 분개했다.
안창마을은 부산 진구 범천동, 동구 범일동 일대에 위치한 마을로 고지대에 위치해 사하구 감천문화마을 같은 풍광을 지니고 있다.
이에 따라 구청이 나서 부산시가 공모하는 '예술상상마을 사업'에 응모했으나, 이 사업이 주거개선사업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게 된 주민들의 반발로 지난 8월 결국 탈락했다.
동구청은 반대 입장이었던 통장을 직권으로 해임하는 등 강수를 두었지만, 결국 주민 반대에 부닥쳐 이 사업이 무산된 것이다.
예술상상마을 사업은 안창마을 폐공가를 매입해 예술인들의 창작공간으로 활용, 마을 일부를 문화공간으로 꾸미는 사업이었지만 주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예술상상마을 사업에 적극적으로 반대했던 주민 김모 씨는 “감천문화마을 얘기를 들었다.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마을은 붐비지만 주민들은 동물원 원숭이 신세가 됐다고 한다”며 예술상상마을 사업에 찬성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난을 관광시켜주라는 것 아니냐? 외지인들이 카메라에 담는 사진은 구경거리가 된 ‘가난’이 아니라 내 삶 그 자체”라고 밝혔다.
안창마을에는 여전히 무허가집에서, 나무로 장작을 때며 사는 사람들이 상당수다.
도로 정비가 미흡한 곳도 많다.
다닥다닥 붙여 지은 집들 때문에 화재 발생시 대형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다.
주민들은 이에 따라 구와 시에 민원을 제기하며 주거환경 개선을 요구해 왔다.
소방도로와, 공영주차장, 공중목욕탕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다.
하지만 구청에서는 “예산이 부족해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안창마을 주민들은 이에 '예술마을'은 되고 '주거환경 개선'은 왜 안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안창마을 주민협의회 관계자는 “주거환경 개선을 수년 간 요구해도 무시하던 구청이 예술마을을 만든다며 우리 마을의 낙후된 모습을 구경거리로 만들려고 했다"고 분개했다.
이어 "예술인들을 데려와 예술마을로 만드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처사다. 구청은 낙후된 주거환경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구청 도시재생과 관계자는 “현재 진구청 재정자립도가 20% 대에 지나지 않는다”며 "구청 살림살이가 어려워 주거개선사업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이 예술상상마을 사업에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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