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대책위 "인권위가 인권유린 합리화"

인권위, "통행제한은 긴급구제 심의대상 아니다 "

4일 오후 경남 밀양 단장면 89번 공사현장으로 가는 평리입구에서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들이 주민들과 면담하고 있는 모습. 2013.10.4/뉴스1 © News1 전혜원 기자

(경남 밀양=뉴스1) 박동욱 기자 = 밀양 765㎸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송전탑 공사장 주민 통행 허용을 요구하는 긴급구제 신청에 대해 '심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리자 "식물 기관으로 전락한 인권위를 아예 없애라"고 맹비난했다.

반대 대책위는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주민들이 인권위에 기대한 것은 복잡한 법리적 판단이 아니라 '우리의 인권을 지켜주고 우리에게 도움이 돼달라'는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경찰의 잔혹한 인권유린을 사실상 합리화시켜주는 꼴이 됐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지난 열흘간 30여명이 현장에서 쓰러지고 아슬아슬한 상황이 발생한 것은 공권력이 산길까지 진입로를 2중3중으로 철저하게 봉쇄하면서 불법적으로 통행제한을 실시한 것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예방적 차원에서 현장에 인원을 상주시켜달라고 수차례 강력히 요청했으나 조사인력 부족 등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현병철 위원장 체제의 인권위가 '식물 인권위'로 전락했다는 세간의 평가가 허언이 아닌 듯하다"며 "소식을 접한 주민들이 격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고 우려감을 나타냈다.

인권위는 앞서 반대 대책위원회가 지난 4일 통행제한을 철회시켜달라는 긴급구제 신청에대해 심의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반대위에 통보했다.

인권위는 긴급구제 심의 대상 요건으로 ▲지속 개연성 ▲회복 불가능성 등 2가지를 든 뒤 "통행 제한은 이 두 가지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경찰이 주민 안전과 공사 방해 예방 등 행정상 목적을 위해 반대 주민들의 통행을 제한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법하다고 단정짓기 어렵고 인권침해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다만 통행 제한이 헌법상 기본권인 거주이전의 자유 등과 관련된 문제로 판단, 긴급구제 사건이 아닌 일반 진정사건으로 처리할 방침이다.

한전은 공사재개 9일째인 10일에도 250여 명의 인력을 송전탑 건설 현장 5곳에 투입, 기초 굴착 작업을 벌이고 있다.

밀양시는 이날 100여 명의 공무원과 장비를 투입해 주민들의 저항으로 실패했던 부북면 위양리 등 공사 현장 주변에 설치돼 있는 5개의 움막에 대해 철거 작업을 재개할 방침이다.

주민들의 노숙시설로 이용되고 있는 움막은 송전탑 건립 예정지인 밀양시 4개 면 가운데 단장면에 2개, 부북면에 4개가 설치돼 있었으나 단장면 고례리에 있던 움막은 지난 2일 철거됐다.

경찰은 이날도 11개 중대 1000여 명을 공사 현장 주변에 배치, 주민들의 공사장 접근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이날도 경찰과 주민들이 공사장 통행 문제를 놓고 충돌했다.

오전 5시께 상동면 도곡마을 109번 송전탑 현장 인근에서 축사로 가려던 김모(67)씨가 경찰의 제지를 받자 이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다른 주민들이 경찰에 오물을 뿌리고 가스통을 가져오는 등 한때 긴박한 상황을 연출했다.

iecon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