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비리 수사 105일간의 성과와 한계
- 박동욱 기자

(부산=뉴스1) 박동욱 기자 = 검찰의 원전비리 수사가 10일 중간수사 발표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난 5월29일 부산지검 동부지청에 '원전비리 수사단'이 설치된 지 105일 만이다.
대검찰청은 중수부 폐지 이후 처음으로 일종의 맞춤형 태스크포스팀인 '원전비리 수사단'을 부산지검 동부지청에 설치, 본격 수사에 착수해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얻었다.
검찰은 원전 부품의 시험성적서 위조, 대규모 금품 로비, 인사 청탁 등 뿌리깊은 구조적 비리를 상당 부분 들추어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JS전선 및 모기업인 LS전선의 금품로비 의혹이나 박영준 전 차관과 연계된 이명박 정부 고위층의 연루 의혹을 파헤치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종신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과 이종찬 한국전력 부사장 등 무려 43명을 구속 기소했다. 또 이미 구속수감 중인 박 전 차관 등을 포함해 5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납품비리에서 출발
검찰 수사는 크게 ▲납품비리 ▲원전을 둘러싼 로비 ▲게이트 사정으로 크게 나뉜다.
납품비리 수사는 원전 안전에 직결되는 만큼 수사단은 수사초기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
수사의 실마리는 신고리 1·2호기 등에 납품된 JS전선의 시험 성적서가 위조된 내용이었다.
검찰은 수사단 설치 다음날 JS전선과 시험기관인 새한티이피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면서 수사의 시동을 걸었다.
또 6월5일 한국전력기술, 6월20일 한국수력원자력, 7월10일 현대중공업, 8월16일 LS전선 등을 연이어 압수수색하며 납품비리 고리를 줄줄이 엮어내는 성과를 얻었다.
국내 원전을 총괄하는 한수원과 한전 자회사인 한국전력기술은 수사과정에서 사실상 초토화되다시피 했다.
이 과정에서 한수원 등 원전 관련 기관의 전·현직 임직원 22명이 구속 수감됐다.
납품비리는 전문성을 요구하는 특성으로 인해 한수원 감사팀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검찰 수사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권력실세 돈잔치까지 확인
검찰 수사가 진행될수록 각종 청탁과 로비가 줄줄이 드러났다.
6월18일 검찰이 한수원 송 모(48) 부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송 부장이 숨겨둔 현금 6억원은 원전을 둘러싼 어두운 실체를 보여 준 상징적 돈뭉치였다.
송 부장은 지난 6월20일 구속될 당시 "윗선에서 지시하는 대로 (시험성적서를 위조)처리했다"고 밝혀 한전 및 한수원 임원에 대한 사법처리를 예고했다.
송 부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이종찬 한전 부사장도 송 부장한테서 뇌물을 받았다가 쇠고랑을 찼고, 김종신 전 한수원 사장도 한국정수공업으로부터 1억3000만원의 뇌물을 받았다가 구속됐다.
드러난 금품 로비는 국내 원전 납품 청탁부터 해외원전 수출 청탁, 직원 인사청탁, 정치 실세용 청탁 등 종류도 다양했다.
MB(이명박 전 대통령)정권 핵심인맥인 영포라인 출신 원전비리 브로커 오모(55)씨와 여당 고위 당직자 출신인 이모(51)씨가 구속되면서 원전비리 수사가 게이트 사정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오씨와 이씨는 한국정수공업으로부터 UAE 원전 수출이 성사되면 수주금액(1000억원)의 8%인 80억원을 받기로 약속받았다는 진술이 나오면서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더욱이 한국정수공업 고문 윤모(57)씨가 지난달 14일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에게 인사청탁을 해야한다'는 명목으로 로비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면서 최 전 장관의 연루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정치 게이트 수사는 박영준 전 차관을 뇌물수수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하는 것으로 일단락돼 아쉬움을 남겼다.
◇한계와 남은 수사
JS전선의 모기업인 LS전선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은 지난 8월16일이다.
검찰은 그 다음날인 17일 LS전선이 자회사인 JS전선과 함께 원전 케이블 등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입찰 담합한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지만 지금까지 이렇다할 수사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또 검찰은 포스코의 자회사 포뉴텍의 전신인 삼창기업이 원전 핵심 장비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시험성적서 검증업체인 새한티이피가 성적서를 위조한 사실을 확인, 새한티이피 오모(50) 대표를 구속했다.
하지만 검찰은 납품업체인 삼창기업은 시험성적서 조작에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해명해 의문을 남겼다.
원전비리 수사에 단서가 된 JS전선이 불량 케이블을 납품해 무려 179억원을 받았는데도 한수원 직원들에게 상품권 수백만원어치를 준 것 외에 돈거래가 없었다는 것도 미스터리다.
한국정수공업이 2010년 8월 한국정책금융공사가 주관한 신성장 동력 육성 펀드에서 642억원을 지원받은 것과 관련한 특혜의혹도 여전히 의문점으로 남아 있다.
원전비리 수사는 중간발표까지 왔을 뿐이라고 하지만 앞으로는 잔불 처리하는 기간으로 보인다.
하지만 원전비리 수사단은 여전히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김기동 수사단장(부산지검 동부지청장)은 "오늘 발표 이후에도 대검과 협의 아래 9월말까지 수사체제를 유지할 계획"이라며 "원전비리 관련자는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iecon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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