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식 "추기경 추가서임 요청…李대통령, 정확한 때에 말씀하셨다"
"교황은 한반도평화 위해 일할 준비됐다…교황청·북한 깊은 대화 필요"
3일 유흥식 추기경 1년 만에 국내 언론 간담회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이 이재명 대통령의 교황 방북 요청, 한국인 추기경 추가 서임 가능성, 교황청의 한반도 평화 인식, 북한 내 가톨릭 사제 상주 필요성, 서울 세계청년대회 준비 상황을 차례로 언급했다. 발언의 중심에는 대통령과 교황의 면담 이후 한반도 평화와 교황 방북 가능성이 다시 주목받는 상황이 놓였다.
3일 서울 광진구 중곡동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강당에서 국내 언론과 기자간담회에서 유 추기경은 레오 14세 교황이 이재명 대통령과의 바티칸 면담을 "편안하고 자유로운 좋은 만남"으로 기억했다고 전했다. 이날 간담회는 지난해에 이어 1년 만이었다. 그는 휴가차 한국을 찾았고, 개인 일정을 소화한 뒤 오는 31일 바티칸으로 출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 추기경은 방한 배경과 함께 레오 14세 교황이 이재명 대통령과의 바티칸 면담을 긍정적으로 기억했다고 전했다. 그는 교황이 대통령과의 만남을 직접 언급했고, 자신이 한국에서 대통령을 만날 기회가 있다면 인사를 전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 추기경은 이재명 대통령이 레오 14세 교황에게 한국인 추기경 서임을 요청한 데 대해 적절한 시점의 발언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내년 서울 세계청년대회와 로마와 한국의 거리 등을 고려하면 한국에 추기경이 더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유 추기경은 "우리 대통령께서 한국 추기경이 임명됐으면 좋겠다고 부탁드린 것은 아주 정확한 때에 잘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는 큰 행사가 있고, 로마와 한국은 떨어져 있기 때문에 한국에 추기경이 더 계시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유 추기경은 추기경 서임은 교황의 고유 권한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추기경 서임은 교황님께서 임명하시면 되는 일"이라며 "직무나 하는 일에서 실질적으로 교황님을 도와줄 수 있는 분을 임명한다"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와 교황 방북 문제에 대해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레오 14세 교황에게 북한 방문을 요청한 사실이 출발점으로 제시했다. 유 추기경은 교황 방북 가능성이 다시 주목받는 상황에 대해 레오 14세 교황의 한반도 평화 관심과 프란치스코 전 교황의 방북 의지를 함께 설명했다.
유 추기경은 "레오 14세 교황께서는 한반도 평화에 굉장히 관심이 많으시다"며 "저는 레오 14세 교황께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과 남북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정확히 아시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바탕 위에서 레오 14세 교황께서 교황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하시면 좋겠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유 추기경은 "레오 14세 교황이 선출되셨을 때 제 마음속에는 우리 교황님이 남북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무엇인가 하시겠다는 영감이 강하게 들어왔다"고 했다. 이어 "제가 그런 말씀을 드렸더니 교황님께서 자신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며 "그 말씀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준비돼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유 추기경은 레오 14세 교황의 반응을 한반도 평화를 향한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것은 굉장히 고무적이고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교황 방북이 현실화하려면 교황청과 북한의 실무 대화가 필요하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유 추기경은 조건보다 분위기의 문제로 봐야 한다며, 북한 내 가톨릭 사제 상주가 방북 분위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추기경은 "교황님이 북한에 가시게 된다면 양쪽 실무진이 일정과 방문지, 만날 사람 등 모든 것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건이라는 말보다는 분위기라는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유 추기경은 북한에 다른 종교 성직자는 있지만 가톨릭 성직자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북한에는 개신교 목사님들이 계시고, 불교 스님들이 계시며, 러시아 정교회 신부님들도 계신다"며 "다만 가톨릭교회 주교님, 신부님, 수녀님은 한 분도 계시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 추기경은 "북한에는 장충성당이 있지만 신부님이 계시지 않다"고 했다. 이어 "적어도 신부님이 그곳에 상주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며 "실제 일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교황청과 북한이 깊은 대화를 통해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추기경은 서울 세계청년대회가 교황청과 한국 교회의 공동 준비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청년대회의 주최자가 교황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교황청과 서울대교구를 중심으로 한 한국 교회가 대회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유 추기경은 "분명한 사실은 세계청년대회의 주최자는 교황님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황청과 세계청년대회를 개최하는 나라는 협력 관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유 추기경은 "내년 8월 3일부터 8월 8일까지 대회가 열리기까지 1년 1개월 정도 남았다"며 "지금은 잘 준비돼 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9월에는 한국에서 전 세계 담당자들이 300명 이상 모이는 회의가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유 추기경은 교황청 책임자들의 현장 점검도 예정돼 있다고 전했다. 그는 "7월 중순경에는 교황청에서 최고 책임자들이 와서 안전 문제와 교황님 방문 동선, 방문지 등을 점검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차근차근 양측이 서로 대화하면서 함께 준비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 추기경은 세계청년대회 준비에서 시노드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교황청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교회가 함께 걸어간다는 시노드적 교회의 정신"이라며 "세계청년대회도 시노드 정신 안에서 서로 대화하고 참여하면서 준비해 가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 추기경은 대전교구장으로 재직하던 2021년 6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한국인이 교황청 장관에 임명된 첫 사례였고, 유 추기경은 2022년 한국인으로는 4번째로 추기경에 서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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