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다는 건 그만큼 힘이 있다는 뜻"…108가지 불교식 직설조언
철학·수행 개념을 현실에 연결…현실형 불교 에세이
[신간] '힘들 때 열어봐'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전작 '나는 어제 개운하게 참 잘 죽었다'로 적잖이 울림을 끼친 장웅연이 불교의 핵심 개념을 삶의 문제에 바로 대입하는 108가지 짧은 글로 정리한 '힘들 때 열어봐'를 펴했다.
저자는 "불교로 먹고살지만, 그저 명함용 불교가 아니다"고 밝혔다. 불교를 접하게 된 계기가 신앙이 아니라 직업이었다는 의미다.
에세이의 목적은 단순 포교가 아니다. 독자가 당장 부딪치는 갈등을 풀도록 돕는 '현실 매뉴얼'에 가깝다. 문장이 짧고 단호하다. 원칙을 세우고, 행동으로 옮기라고 권한다.
1부는 '주의력'을 활력으로 본다. '생각하되 생각하지 말라'처럼 생각을 과도하게 붙잡지 말고, 필요한 찰나에 집중을 끌어올리라고 말한다. '연기법'을 '불확정성의 원리'와 연결해, 모든 결과가 조건의 합이라 강조한다. 덕분에 '완벽주의' 대신 '조건 만들기'에 에너지를 쓰게 한다.
2부는 인간관계를 '선악'이 아니라 '강약'의 움직임으로 본다. "최고의 능력은 친화력" "혼자 살아야 하는 이유" 같은 제목들로 경계와 협력을 구분한다. 감정 소비를 줄이고, 관계의 '거리 두기'를 기술로 다룬다. 3부는 걸림돌과 디딤돌의 차이를 '태도'에서 찾는다. '자등명 법등명'을 삶의 자율성으로 풀고, '시간과의 전쟁'에서는 루틴과 마감의 힘을 말한다.
4부는 "최고의 복수는 그 인간처럼 되지 않는 것"이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말싸움의 허무, 복수의 악순환을 끊는 방법을 제시한다. 5부는 '상실'과 '순명'을 다룬다. 잃어야 얻는다. 비관을 습관이 아닌 안전장치로 쓰는 법을 제안한다. 6부는 이해관계를 솔직히 인정한다. "밥이 왕이다." "집값이 진리." 같은 거친 문장을 던지되, '몸과 생계'를 우선 돌보는 것이 수행의 시작이라 주장한다.
7부는 '먹음/먹힘'의 은유로 관계의 주도권을 설명한다. 정치·부부·대화의 본질을 '듣고 싶은 말'과 '하고 싶은 말'의 긴장으로 풀어낸다. 8부는 '주관/객관'의 함정을 경계한다. '심리적 패혈증'처럼 상태를 과장하는 마음의 습관을 지적하고, '중간만 가라'는 균형 감각을 권한다.
9부는 "힘들다는 건 그만큼 힘이 있다는 뜻"으로 시작한다. 고통을 '신호'로 읽고, 자아·습관·글쓰기를 도구로 삼는다. 실패를 '믿음의 프레임' 문제로 접근한다. '길을 걷는 일이 바로 길'처럼 과정 중심으로 시선을 돌린다.
11부는 "한쪽으로 치우치면 정의라도 독재"라는 경고를 건넨다. 사성제·팔정도를 생활의 체크리스트로 제시한다. 12부는 삶의 극단—탄생과 상실을 함께 직시하며, '자리이타' '고통의 효능'을 담담히 적는다.
책의 배경에는 기자·강의·행사 기획 등을 다양하게 펼친 저자의 경험이 깔려 있다. 어려운 용어를 덜고, '밥벌이·관계·시간' 같은 실전 항목으로 바꾸는 편집 감각이 돋보인다. 개념은 줄이고 실행 문장을 늘려, 메모해 두고 반복 점검하기 좋다.
저자는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해 불교신문 기자로 오래 일했다. 동국대 다르마칼리지 겸임교수로 글쓰기도 가르친다. 본명은 장영섭이다.
△ 힘들 때 열어봐/ 장웅연 지음/ 동국/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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