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앞바다 작은 섬 '동검도'에서 기도합니다"

[신간] '동검도 채플 블루 로고스'

[신간] '동검도 채플 블루 로고스'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조광호 신부가 강화도 남쪽의 작은 섬 동검도에 마련한 채플(기도하는 곳)에서 길어 올린 사유·예술·신앙의 기록을 한 권으로 묶었다.

첫 문장은 중심을 비우는 행위로 시작한다. 조 신부는 "코페르니쿠스처럼 우리도 고개를 들어 자연과 우주, 고통받는 이웃을 바라본다면 그 순간 우리 안에도 하나의 지동설이 시작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저자는 과학 문명이 바꾼 지형을 점검하면서 사유를 넓혀간다. 지동설에서 인공지능·유전자 공학·기후위기까지, 지식의 가속이 인간의 자리와 책임을 다시 묻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이어 함께 살기 위한 회복의 윤리를 살핀다. 조 신부는 전쟁·폭력·혐오·불평등의 풍경을 가리키되, 분노의 언어에 갇히지 않는다. 그는 '순례자'의 마음, 촛불과 별빛 사이의 간격을 메우는 작은 실천을 권한다.

아름다움의 역할에 대해서 저자는 예술을 도피가 아니라 현실로 더 깊이 들어가게 하는 거울로 이해한다. 텅 빈 캔버스와 침묵의 강 앞에서, 독자는 자신의 삶을 어떤 색과 선으로 채울지 묻는 자리에 선다.

그는 교회를 '정답의 기관'이 아니라 인간이 숨을 고르도록 돕는 공간으로 그린다. 신비의 언어는 윤리의 실천과 멀지 않다.

저자 조광호는 사제이자 화가다.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으로 이름을 알렸고, 국내외 전시와 교육·출판을 두루 거쳤다. 지금은 강화 앞바다의 작은 섬 동검도 채플에서 순례객을 맞고 있다.

△ 동검도 채플 블루 로고스/ 조광호 지음/ 파람북/ 1만 8000원

ar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