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징표' 교황…한국 오시는 뜻은?

한국 교회 위상 업그레이드, 아시아 복음화 돌쩌귀 역할
한반도 평화·한민족 화해 기대…박근혜 대통령에도 도움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달 22일 추기경 서임식에서 염수정 추기경에게 모관 및 반지를 수여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염지은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의 8월 한국 방문 결정에 천주교회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현대에 들어 교황들은 세계 곳곳을 사목 방문해 시대의 징표를 드러내 왔다. 교황이 방문하는 나라, 방문지에서 행하는 연설은 곧 세계인에게 보내는 시대의 화두가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한국 천주교회에 아시아 복음화의 주춧돌, 염수정 추기경의 표현대로는 돌쩌귀 역할을 당부하는 것은 물론 한반도의 평화와 한민족의 화해를 염원하는 의미를 갖는다.

'친서민' 행보를 해온 교황이 청와대를 방문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정치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교황 방한에 따른 관광 특수는 물론 한국의 브랜드 가치도 한단계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교황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세 번째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1984년 한국천주교 200주년과 103위 시성식 첫 방한, 1989년 제44차 세계성체대회에 즈음한 두 번째 방한에 이어 25년 만이다.

그동안 역대 정부에선 다양한 채널을 가동해 교황의 방문을 타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그만큼 교황의 방문은 쉽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성사될 경우 그 어떤 유력 인사들보다 파급 효과가 크다.

우선 교황 방한이 이뤄지는 2014년은 한국 교회에 의미가 각별하다.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 124위 순교자 시복식이 열리는 해일 뿐 아니라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 사목회의' 30주년이자 103위 순교 성인(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시성 30주년의 해이기도 하다.

교황 한국 방문의 표면적 목적은 8월14일부터 18일까지 대전교구에서 치러지는'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를 격려하는 의미다. 교황은 아시아 젊은이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고 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다. 또한 청주교구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행려인 공동체인 '꽃동네'를 방문해 장애아동 등도 만난다.

아시아 청년대회는 지난 2013년 7월 브라질에서 열린 '세계 청년대회'와 궤를 같이하는 아시아 가톨릭 젊은이들의 신앙 집회로 여러 국가의 가톨릭 청년과 주교단이 모이는 국제 행사다. 교황의 '아시아 청년대회' 방문은 이번이 처음으로 아시아 대륙의 신자들을 폭넓게 만나 함께 기도하며 영적으로 동반한다는 의미가 있다.

아시아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대륙이고 세계 인구의 3분의 2 가량이 거주하는 땅으로 중국과 인도가 세계 인구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불교, 이슬람교 등 세계 주요 종교들의 요람이며 도교, 조로아스터교, 시크교, 신도(神道) 등 다양한 영적 전통의 발상지이다.

특히 서아시아는 구약성경의 무대이자 예수의 탄생지이기도 하다. 높은 윤리의식과 공동체 문화 등의 정신적 전통을 간직하면서도 급속한 도시화, 이주민과 환경 문제, 인구 급증과 빈곤, 정치적 종교적 갈등, 청년 실업, 사회적 약자의 인권 유린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교황은 한국 천주교회에 이같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아시아 지역 복음화에 중심 역할을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교회 통계 연감 2011'에 따르면 한국 천주교회의 신자 수는 522만 명이다. 세계 228개국 중 47번째, 아시아에서 5번째로 신자가 많다.

그러나 상위 4개국(필리핀,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이 서구 열강의 지배를 통해 그리스도교 문화를 수입한 반면 한국은 '스스로 신앙을 받아들인' 세계 교회 역사상 유일한 교회다. 진리에 목마른 지식인들이 중국에서 예수회 선교사 마태오 리치의 '천주실의'를 접하고 자발적으로 교리 연구를 시작했으며 평신도의 힘으로 교회 공동체를 열었고 10년 후에 성직자를 영입했다.

평신도의 자발적 노력으로 탄생하고 선교사들의 아낌없는 희생으로 자라난 한국 교회는 이제 '받는 교회에서 나누는 교회'로 탈바꿈하고 있다. 2012년 말 현재 한국 교회는 전 세계에 선교사 967명을 파견하고 있다. 또한 한국 카리타스, 교황청 전교기구 등의 교회 기구들을 통해 해외 원조와 사회 개발 사업, 선교 지역에 대한 영적·재정적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교황의 한국 방문은 아울러 한반도의 평화와 한민족의 화해를 염원하는 의미도 갖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직후인 2013년 3월31일 부활 대축일에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서 '우르비 엣 오르비'(Urbi et Orbi, 로마와 온 세계에) 강복 메시지를 통해 "아시아, 특히 한반도의 평화를 빈다"며 "그곳에서 평화가 회복되고 새로운 화해의 정신이 자라나기를 빈다"고 기원했다.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1월13일 주 바티칸 외교사절단에게 행한 신년 연설에서 "한반도에 화해의 선물을 달라고 주님께 간청하고 싶다. 한국인들을 위해 이해당사자들이 끊임없이 합의점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리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지난달 22일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거행된 신임 추기경 서임식에서는 염수정 추기경에게 "한국을 매우 사랑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교황의 방한은 한국 천주교회는 물론 정부 차원에서도 꾸준히 요청됐다.

2013년 3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하면서 2014년 8월 아시아 청년대회 기간에 교황이 한국을 찾는 계획이 급물살을 탔다. 2013년 말 교황청과 한국 주교회의를 통해 방문 계획이 구체화됐고 교황 방한과 124위 순교자 시복식 준비위원회가 꾸려졌다. 교황 방한 준비위원장은 강우일 주교가, 집행위원장은 조규만 서울대교구 보좌주교가 맡기로 했다. 염 추기경은 지난달 추기경 서임식 참석을 전후해 "교황 방한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0월2일 방한한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페르난도 필로니 추기경을 접견한 자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3월에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즉위 미사에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경축사절단을 보내 교황의 방문을 원한다는 뜻을 교황청에 전했다.

senajy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