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범 KBS 사장 "수신료 45년간 동결, 정치권의 책임 있는 정책 필요"

사진제공=KBS
사진제공=KBS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박장범 KBS 사장이 수신료 동결 문제를 지적하면서 경영 위기 현실을 이겨내겠다고 밝혔다.

2일 박장범 KBS 사장은 '제63회 방송의 날'을 맞아 기념사를 발표하며 "'방송의 날'은 우리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국민과 함께할 내일을 다짐하는 뜻깊은 날"이라면서 "하지만 그 의미를 되새겨 보았을 때, 오늘 우리가 직면한 공영방송의 경영 현실은 엄혹함을 넘어 존립 자체를 위협받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라고 얘기했다.

박 사장은 "콘텐츠 시장의 주도권은 글로벌 플랫폼으로 넘어가고 있고, 폭증하는 제작비와 위축된 광고 시장은 공영방송의 생존 기반을 흔들고 있다"라며 "KBS 역시 올해도 적자가 예상되는 등 재정적 한계 상황에 도달해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박 사장은 "방송 생태계에서 함께 호흡하고 일하고 있는 수많은 중소제작사들의 생존과 방송 제작 현장에서 일하는 많은 동료들의 고용 불안으로 직결되고 있다"라며 "공영방송이 흔들리면 대한민국 콘텐츠 생태계의 허리 또한 무너질 수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박 사장은 "KBS 수신료는 1981년 이후 지금까지 무려 45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인상되지 않고, 동결되어 있다"라며 "1981년부터 지금까지 소비자물가는 5배 가까이 상승했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지급되는 국회의원의 세비는 45년 전과 비교해 물가상승률을 훨씬 뛰어넘는 인상률을 기록했다"라고 덧붙였다.

박 사장은 "공영방송이 국민을 위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최소한의 재정 기반인 수신료는 반세기 가까이 방치해 뒀다"라며 "공영방송 제도가 운영되는 나라 가운데 수신료가 45년 동안 동결된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라고 했다.

박 사장은 이어 "수신료가 동결된 상태라면, 공영방송이 스스로 보유한 자산을 활용하여 재원을 만들 수 있는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는 길이라도 열려 있어야 한다"라며 "그러나 낡은 법과 과도한 정부 규제는 공영방송의 정당한 자산 활용과 수익 다각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라고 밝혔다.

박 사장은 "공영방송을 비롯한 지상파의 위기는 비단 미디어 환경의 변화뿐 아니라, 공공의 미디어 자산을 방치하고, 낡은 규제로 손발을 묶으며, 공영방송을 정쟁의 대상으로만 인식한 정치권과 정부에도 그 원인이 있다"라며 "위기의 미디어 환경 속에서 공영방송이 시청자들에게 든든하고 믿음직한 방송사로 굳건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정책과 지원을 부탁한다"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KBS도 이제 더 이상 과거의 익숙한 관행에 안주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사적인 고통 분담을 통해 불필요한 지출을 과감히 깎아내고, 국민에게 꼭 필요한 공공 콘텐츠와 디지털 역량 강화, AI 기반의 효율화에 모든 자원을 집중하겠다"라고 했다.

taehy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