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최고 포식자' 범고래, 인간이 만든 유해물질에 '개체수 급감'
- 이기림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바다의 최고 포식자로 알려진 범고래 개체수가 30~50년 내로 절반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인간이 만든 유해화학물질인 폴리염화바이페닐(PCB)이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범고래 생식기능과 면역기능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8일 사이언스지에 따르면 덴마크 오르후스대 등 세계 각국 공동연구진이 연구한 결과 PCB가 범고래의 생식 및 면역기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고, 30~50년 내에 범고래 수 절반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진은 우선 전세계에 살고 있는 범고래 351마리를 대상으로 지방층의 PCB농도를 측정했다. PCB는 살충제, 접착제, 단열재, 전기절연체 등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이다. 1970년대에 호르몬 체계를 파괴하는 발암물질이라는 것이 밝혀지며 현재는 세계 각국이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
연구결과 범고래 체중 1kg당 최대 1.3g의 PCB가 농축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바탕으로 범고래 집단의 생존율을 계산한 결과 범고래들의 개체군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앞서 다른 연구 결과 PCB가 내분비체계에 변화를 줘 북극곰 생식기에 이상이 나타났다. 범고래에게도 비슷한 영향이 예상된다.
특히 범고래는 수유과정에서 PCB가 어미에서 새끼로 전달된다. 다음 세대로 넘어간 PCB로 인해 범고래 후손들은 체내 PCB 농도가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다.
룬 디츠 덴마크 오르후스대 교수는 "이미 PCB가 바다에 많이 흘러갔기 때문에 범고래 수의 현상유지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PCB 이외에도 플라스틱 등 회수가 어려운 물질들로 인해 해양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PCB 등 유해물질의 농도가 낮은 북극과 남극 등에 서식하는 범고래들은 피해가 적지만 농도가 높은 일본, 브라질, 태평양 북동부, 지브롤터 해협 등에 서식하는 범고래는 개체수가 급감할 것으로 전망됐다.
앞서 2004년 스톡홀름협약 등을 통해 많은 국가들이 화학약품을 단계적으로 폐기하기로 했지만 역부족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폴 젭슨 영국 동물학연구소 연구원은 "PCB 등 화학물질을 제거하려는 40년간의 노력에도 범고래 보호에는 역부족"이라며 "문제해결을 위해서 더 많은 계획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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