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냥이 중성화무료수술 '구멍'…반려묘 슬쩍 길냥이로 둔갑

중성화수술을 앞둔 길고양이 1마리가 포획틀에 갇혀 있다. ⓒ News1
중성화수술을 앞둔 길고양이 1마리가 포획틀에 갇혀 있다. ⓒ News1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 고등학생 이모군(18)은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다. 길고양이를 데려와 키운지 3개월이 지나자 발정기에 접어들었는지 고통스럽게 울기 시작했다. 동물병원에 중성화수술비용을 문의했고, 30만원이라는 답을 들은 이군. 결국 이군은 길고양이를 데려온 척 수의사를 속이고 무료로 중성화수술을 받았다.

최근 길고양이 개체수 조절을 위해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진행하는 중성화수술 지원사업을 악용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TNR'이라고 부르는 해당 사업은 '포획(Trap)'하고 '중성화 수술(Neuter)'을 한 뒤 원래 지내던 곳에 다시 '방사(Return)'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는 연간 40억원 정도를 들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이 사업으로 올해 8억원의 예산을 신규편성했다.

TNR 사업은 길고양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됐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동물민원 5만402건 가운데 52%가 길고양이 소음과 악취 등이었다. 이에 서울시는 길고양이 5000~8000마리를 중성화한 결과, 길고양이 개체수가 2013년 25만마리에서 지난해 13만9000마리(추정)로 줄었다.

문제는 고양이 중성화수술 비용이 높다보니 지자체의 TNR 사업을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25일 부산 연제경찰서에 따르면 동물병원 수의사 A씨(52)는 B씨(36)가 기르던 고양이를 길고양이로 둔갑시켜 중성화수술을 한뒤 관할구청에 TNR사업비 명목으로 돈을 받은 혐의로 입건돼 조사받고 있다. 경찰조사에서 A씨는 B씨에게 고양이 무료 중성화수술을 제안하고, 그 대신 포획틀에 고양이를 넣어 사진을 찍도록 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호자가 반려묘를 길고양이라고 속이고 무료로 수술받는 경우도 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이같은 방법을 설명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실제 무료수술을 받은 이모씨(21)는 "병원에서도 별말없이 수술을 시켜줬다"며 "대충 수술할까 걱정했지만 다른 지인들도 이렇게 무료로 받고 문제가 없어 안심했다"고 말했다.

TNR 관리가 소홀하다는 점을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12년 서울 종로구에서는 길고양이 중성화수술후 처치가 제대로 되지 않아 방사된 새끼고양이가 폐사한 채 발견되는 일이 있었다. 2014년 경기 양평군에서는 TNR관리대장에는 동일한 고양이 포획·방사 사진이 게재돼 있거나 방사일이 같은 날짜로 일괄기재된 경우도 있었다. 2곳 모두 위탁업체가 변경됐지만, 캣맘들은 이같은 사고나 문제들이 여전히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동물단체들은 TNR 문제들을 막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동물병원, 주민들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평소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들이 기존 TNR사업에 참가한다면 저절로 관리감독이 강화되고, 불필요한 문제들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박소연 케어 대표는 "전문성이 필요한 중성화수술과 치료는 동물병원이 담당하고, 포획과 방사에 캣맘들이 참여하는 식으로 이원화하면 여러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며 "실제 의정부, 동두천 등에서는 캣맘들이 지자체와 계약해 포획과 방사를 직접하고 있는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lgir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