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라쿤카페…야생동물·사람 모두 위험하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야생동물카페 실태조사 보고서' 발간
전국 35곳 이상 일반음식점 등록…광견병·라쿤회충 등 질병감염 위험

일부 야생동물카페에서는 방문객이 동물을 만지거나, 먹이주기 체험, 동물이 사람을 타고 기어오르는 행동 등 동물과 방문객 간 직접적인 접촉이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사진 어웨어 제공)ⓒ News1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최근 라쿤(미국너구리), 미어캣 등 야생동물을 전시하는 야생동물카페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동물복지 저해는 물론 전염병 감염 가능성도 높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대표 이형주)는 라쿤카페의 실태를 조사한 '야생동물카페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7일 밝혔다.

최초의 동물카페는 1998년 대만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2000년대 초 일본, 한국, 태국 등으로 확산되면서 전시하는 동물의 종도 다양화 됐다.

현재 국내에서는 야생동물카페가 식품위생법 상 식품접객업으로 등록하고 있어 실제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업체 수가 집계된 바 없다.

이에 어웨어는 영업중인 업체의 파악을 위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동물카페', '이색동물카페', '라쿤카페' 등의 검색으로 검색한 뒤 업체가 소재한 시 구청 담당부서를 통해 35개 업체를 확인했다. 검색에서 제외된 업체까지 포함할 경우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15일부터 2개월여간 조사 결과, 서울이 10곳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 8곳, 대구 3곳, 대전 3곳, 부산 2곳 순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종을 사육하는 업소는 총 13종(미어캣, 왈라비, 페럿, 바위너구리, 사막여우, 토끼, 프레리독, 잉꼬, 다람쥐, 닭, 뱀, 도마뱀, 육지거북)의 야생동물을 사육하고 있었다.

야생동물카페에서 가장 많이 사육되는 동물은 라쿤(29곳 41마리)이었으며, 라쿤만 사육하는 곳은 5곳이었다. 라이쿤에 이어 많은 야생동물은 미어캣(26마리)으로 조사됐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제36조에 따르면 동물카페에서 동물을 사육하는 공간과 방문객이 음료를 마시는 공간인 영업장은 분리되어야 하지만, 어웨어에 따르면 조사 대상 업소 대부분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단속과 관리감독은 거의 없는 상태로 야생동물카페는 불법영업 단속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야생동물카페에서는 방문객이 동물을 만지거나, 먹이주기 체험, 동물이 사람을 타고 기어오르는 행동 등 동물과 방문객 간 직접적인 접촉이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국립생태원이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라쿤이 매개할 수 있는 기생충은 10종, 세균은 11종, 바이러스는 12종이고 이중 인수공통전염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는 광견병을 포함해 총 20종에 달했다.

이중 라쿤회충은 신흥질병인 내장유충이행증으 감염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쿤의 분변에서 배출되는 라쿤회충으 알과 접촉할 경우 인체감염이 발생할 수 있으며, 감염 사례는 대부분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에게서 나타났다.

이런 위험에도 불구 동물사육공간이 따로 구분되지 않아 식음료공간에 배변판이 있거나 배설물이 방치되는 경우가 많으며, 동물이 털이나 발에 배설물을 묻힌 채로 방문객과 접촉하거나 테이블 위로 올라가는 모습이 실제 목격되기도 했다.

이는 동물의 배설물이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 라쿤회충 등 점염병 감염 위험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또 전시되는 동물의 질병상태나 예방에 대한 사항을 공개할 의무가 없어 동물이 어떤 병원체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어웨어가 조사한 대상 업소 9곳 중 동물(개, 라쿤)의 광견병 예방접종 증명서를 게시한 업체는 단 1곳뿐이었다.

같은 공간에 사육되는 개와 라쿤. 라쿤은 개, 고양이의 병원체를 공유할 수 있어 종간 질병전파를 일으킬 수 있다.(사진 어웨어 제공)ⓒ News1

이밖에 야생동물카페 중 인터넷이나 방문을 통해 동물을 일반에 분양하는 업소가 있어 질병에 감염된 동물이 외부로 반출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항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의견서를 통해 이런 환경이 라쿤회충 등 인수공통질병에 감염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라쿤카페는 하나의 예에 불과하며 사막여우, 미어캣, 프레리독, 다람쥐, 고슴도치, 앵무새 등 조류, 이구아나 등 파충류 모두가 특이한 질병과 인수공통질병을 갖고 있고 전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특히 이런 야생동물을 다루는 동물카페나 변형된 형태의 소규모 체험시설은 강력한 규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야생동물카페에서 전시되는 동물의 복지상태도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체가 되면 공격성을 보이는 라쿤을 좁은 철장에 무더기로 가둔 채 방치하고 있었고, 방문객의 접촉과 시선을 피할 수 있는 은신처가 마련된 곳이 없어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정형행동을 하거나 다른 동물의 공격으로 꼬리가 잘려 나간 동물들도 목격됐다.

국내로 수입되는 라쿤의 개체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북미너구리 수입검역 실시현황에 따르면 2013년 수입된 개체수는 13마리였는데 2014년 44마리, 2015년 49마리, 2016년 102마리로 매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동물카페에 대한 규정이 전무해 만약 잉여동물이 발생하거나 업체가 폐업할 경우 보유동물의 처리방법도 마련돼 있지 않다. 이는 라쿤 등 야생동물이 외부로 반출되거나 일반에 분양되었다가 유기되는 사례로 이어질 수 있으며 결국 생태계 교란 가능성까지 우려되고 있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카페 같은 일반음식점 및 휴게음식점에서는 동물 습성에 맞는 사육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야생동물과의 무분별한 접촉은 인수공통질병 전파와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어웨어는 야생동물카페의 문제 해결을 위해 △식품접객업소에서 야생동물 전시 금지 △동물 종별 사육환경 기준 마련 △동물전시업에 사용할 수 있는 동물 종 제한 등을 제시했다.

한편 8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야생동물카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한 '동물원법 개정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된다.

wook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