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탕' 재료로 죽음에 내몰렸던 길고양이들
[나비에게 행복을] 모란시장에서 구조한 16마리·보신탕집 앞에 버려진 3마리
- 이병욱 기자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최근 부산의 한 탕제원에서 죽음에 내몰렸던 길고양이 새끼들이 개인 동물보호 활동가에 의해 구조됐다. 태어난지 한 달 가량 된 어린 새끼들은 영문도 모른채 어미와 떨어져 종이박스에 실려와 바로 눈앞까지 찾아온 죽음에서 가까스로 살아났다.
지난 2015년에는 경남 창원에서 50대 남성이 길고양이 600여 마리를 불법 포획해 건강원에 판매하다 적발됐다. 이 남성은 포획한 고양이를 끓는 물에 산채로 넣어 죽인 후 털과 내장을 제거해 건강원에 넘겼다.
법원은 이 남성에게 동물보호법·식품위생법 위반을 이유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다.
길고양이들이 탕제원에 잡혀오는 이유는 인간들의 탐욕 때문. 일명 '나비탕'이라 불리는 고양이탕이 관절염이나 신경통에 좋다는 잘못된 속설 때문에 많은 고양이들이 희생되고 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나 한의학적으로 고양이가 관절에 좋다는 근거는 없다. 길고양이를 취식하면 오히려 인수공통감염병에 걸릴 수도 있다.
사단법인 '나비야사랑해'(이사장 유주연)는 그동안 '나비탕'에 희생될 뻔 한 여러마리의 고양이들을 구조했다.
나비야사랑해가 처음 나비탕 고양이 구조에 나선 것은 지난 2006년. 서울 이태원의 한 작은 빌라에 둥지를 틀었던 '나비야사랑해' 보호소에 오던 한 봉사자의 제보 때문이었다.
이 봉사자는 자신이 돌보던 길고양이가 TNR(길고양이 중성화수술) 후 자취를 감췄는데, 길고양이 불법 포획업자의 소행인 것 같다고 사연을 털어놨다.
이에 유주연 이사장과 봉사자들은 사라진 고양이를 찾기위해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을 찾아갔다. 전통시장내 있는 건강원을 모두 돌며 고양이를 찾았지만, 귀가 커팅된(중성화수술을 받은) 고양이는 찾을 수는 없었다.
대신 그곳에서 한 건강원 앞에 박스에 담겨 있던 새끼고양이 12마리와 성묘 4마리를 구조했다.
구조한 고양이들을 바로 병원으로 옮겨 진료해보니 안타깝게도 12마리의 아기고양이들은 이미 온몸에 곰팡이가 가득했고, 장염과 허피스바이러스 등에 감염된 상태였다. 결국 새끼고양이들은 며칠 뒤 모두 폐사했고, 나머지 고양이들은 가까스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유 이사장과 나비야사랑해 봉사자들은 새끼고양이들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 12마리의 고양이들이 한 줌 재로 돌아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장의 제보 사진이 도착했다.
이번엔 보신탕집 앞에 방치돼 있던 3마리의 새끼고양이였다. 사진 속 고양이들은 빨간 세숫대야 안에 담겨 있었다.
3마리 모두 몸에 곰팡이가 얼룩져 있었고, 특히 제일 작은 고양이 1마리는 피부병이 심해 온몸에 털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제보자가 알려준 장소로 달려간 유 이사장은 새끼고양이들을 모두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다. 검진 결과, 이 고양이들 역시 허피스바이러스와 세균성 장염에 감염된 상태였다.
다행히 모란시장에서 구조된 새끼고양이들과 달리 이들은 설사와 기침을 하면서도 생명의 끈을 스스로 놓지는 않았다.
긴 시간의 치료 끝에 '나비야사랑해' 보호소로 오게 된 새끼고양이들은 '제이' '제리' '요다'라는 새 이름으로 생활하게 됐다.
3마리의 아기고양이 사연이 '나비야사랑해' 페이스북에 소개된 뒤 당시 용산 미군부대에 근무하던 한 미국인 부부가 제이와 제리를 입양했다.
요다는 얼마 후 보호소를 찾아온 외국인 남편과 한국인 아내 부부에게 입양돼 '앤지'라는 새 이름이 생겼다.
두 가정으로 나눠 입양됐던 3형제에게 이듬해 큰 변화가 찾아왔다.
제이와 제리 두 마리를 입양했던 미국인 부부가 귀국을 하면서 어쩔수 없이 제이를 파양하게 된 것. 입양간 집에서 '리아'로 불렸던 제이는 보호소로 돌아온 뒤 다른 고양이들과 어울리지 않고 매일같이 울기만 했다.
그런 제이에게 또 다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요다를 입양해 간 부부가 홀로 지내는 고양이를 위해서 친구를 찾고 있었던 것. 요다의 형 제이는 그렇게 막내 동생과 재회할 수 있었다.
유주연 이사장은 "개고기와 함께 나비탕은 사라져야 할 악습"이라면서 "잘못된 민간요법 때문에, 돈이 된다면 생명까지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인간의 탐욕 때문에 희생되는 고양이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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