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도 열사병에 걸려요'

고양이.(사진 이미지투데이)ⓒ News1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최근 대구경북 지역 최고기온이 39도를 기록할 정도의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사람은 물론 반려동물들까지 더위로 인한 피해를 받고 있다.

직장인 A씨의 고양이도 마찬가지. A씨는 아는 수의사에게 "요즘 많이 덥긴 했지만 고양이는 더위를 잘 견딘다는 말을 들어서 신경 안 쓰고 있었는데 갑자기 침을 흘리고 몸이 뜨거워졌다"고 문제가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수의사는 "열사병이 의심된다"며 "요즘 같이 더울 때 조심해야 한다"고 답했다.

흔히들 고양이가 더위에 강하다고 말하는데 이는 일정부분 맞다. 28도 이상 기온에 오래 놓이게 되면 개는 체온이 상승하면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반면 고양이는 32도까지 더위를 버틸 수 있다.

게다가 고양이는 자신이 아프거나 힘들다는 티를 내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보호자들이 더위를 가볍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고양이도 열사병에 걸린다. 고양이도 높은 기온을 오랫동안 견딜 만큼 더위에 강한 건 아니다.

아재곤 VIP동물병원장은 "보통 집안에서 키우는 고양이들이나 밖에서 자라는 길고양이들은 덥다고 느끼면 알아서 피하기 때문에 열사병에 쉽게 걸리진 않지만 더운 환경에 오래 노출되면 열사병에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아 원장은 "특히 털이 긴 장모종 고양이들이 걸릴 확률이 높은데 병에 걸리면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급격히 올라가고, 헥헥거리며 개구호흡을 한다"며 "증상이 계속되면 구토를 할 수도 있고 장기기능이 떨어지면서 설사나 혈변, 심하게는 쇼크에 사망까지도 이른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열사병에 걸리지 않게 하기 위해선 고양이가 주로 생활하는 실내 온도를 낮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 원장은 "환기를 잘 시켜 고양이를 너무 덥지 않은 환경에 있게 해야 하고, 열사병 증상을 보일 경우 찬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 시원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틀어 실내 온도를 낮추거나 고양이용 쿨매트 또는 대리석 등을 두어 고양이가 몸을 식힐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장모종인 경우 평소 빗질을 자주해 털에 뭉쳐있는 죽은 털을 제거하거나 미용을 하는 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아 원장은 "여러 방법을 동원해도 계속 증상을 보이면 사망 위험도 존재하니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데려가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lgirim@news1.kr